왕년의 도루왕인 김재박 현대 유니콘스 감독(51)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김재박 감독은 15일(한국시간)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김 감독은 훈련에 앞서 야수 중에서 비교적 발이 느린 포수 허웅(22)에게 '20m 달리기' 내기를 제안한 뒤 선수단의 베팅을 유도했다.
그러자 김용달 타격코치와 외야수 정수성은 허웅에게 100달러씩을 걸었고 외야수 전준호와 마무리 투수 조용준은 김 감독에게 100달러씩을 베팅했다.
김 감독과 허웅은 출발선에 서기 전 몸을 풀 때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김 감독은 선수단 워밍업 때 옆에서 몸을 풀며 현역 최고의 '총알' 인 정수성의 징스파이크까지 착용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허웅도 선수들과 몸을 풀면서도 김 감독을 의식하며 준비에 신경을 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준비를 마치고 선수단 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은 출발선에 섰다. 목표는 20m 앞의 전민규 트레이너. 김 감독과 허웅은 정진호 수석코치의 출발신호에 맞춰 힘차게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허웅의 승리. 김 감독은 거의 막판까지 허웅과 막상막하의 스피드를 보였으나 마지막 지점에서 다리에 쥐가 나면서 간발의 차이로 졌다.
허웅은 승리를 확인한 후 정수성과 함께 껴안고 펄쩍펄쩍 뛰면서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하면 망신을 살 수도 있던 순간을 벗어나 승리를 쟁취한 허웅은 이후 훈련때도 펄펄 날며 신이 났다. 전날 시뮬레이션 게임서 밀어쳐서 홈런을 날린 데 이어 이틀 연속 현대 선수단의 '짱'이 됐다. 게다가 김 감독으로부터 내기 상금 10달러에다가 방망이 한 자루까지 부상으로 받았으니 기쁨 두 배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김재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무려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젊은 선수에게 전혀 밀리지 않으며 아직도 녹슬지 않은 달리기 솜씨를 과시했다. 현역 은퇴 후에도 꾸준히 몸관리를 잘해온 김 감독은 1985년 도루왕을 차지하는 등 현역시절 '대도'로 유명했다.
전훈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지친 선수단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기획한 김 감독은 경기후에는 종아리 근육통으로 "어이구 내 다리야"라면서도 즐거운 기분이었다. 비록 내기에서는 졌지만 목적했던 선수단 분위기에 활력을 넣었고 아직도 쌩쌩한 달리기 솜씨를 확인한 터라 기분이 상쾌한 것이다.
[사진] 달리기 출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재박 감독(왼쪽)과 허웅./현대 유니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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