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조용히 지내고 싶습니다.”
17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오랜만에 만난 LG 좌완 서승화(26)는 여전히 섬뜩했다. 깡마른 체구에 살은 붙지 않아 195cm인 그의 몸은 더욱 길어보였다.
그는 올해를 맞는 자신의 의지를 담았다며 오른 손목을 보여줬다. 문신이었다. 불교의 만장 마크에 자신의 배번 22를 새겼다. 기자를 놀라게 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문신을 새겼다는 사실이다. “한 오백여 바늘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범상한 선수는 아니었다. 아쉽지만 사진에 담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그것만은 안하고 싶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옛날 옛적 독수공방하던 아낙네는 허벅지를 꼬집어 욕망을 달랬다. 서승화는 무슨 심정으로 스스로 문신을 새겼을까? 그는 “한 땀 한 땀 바늘로 찌르며 인내를 배웠다”고 했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참고 또 참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언제부터인가 ‘뉴스메이커’가 돼 있었다. 2003년에는 이승엽(29ㆍ지바 롯데)과 주먹다짐을 벌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빈볼성 투구로 무려 4번이나 퇴장당하며 이 부문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야구를 잘해 명성을 얻은 게 아니라 ‘악동’ 이미지로 굳어가는 바람에 정작 자신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지난해 말에도 작은 소동을 벌였다. 호주 시드니 마무리캠프 훈련 도중 왼 어깨가 아파 ‘잠시 쉬고 싶다’며 의사의 진단도 없이 자가 처방(?)을 내렸다. 크게 화난 이순철 감독은 곧바로 그에게 귀국을 지시했고 그 여파로 인해 올 스프링캠프 참가도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서승화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판단한 이 감독은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원래 구리 잔류군에 남아 훈련하도록 편성된 그를 시드니와 오키나와로 데리고 왔다. ‘트러블 메이커’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라는 배려였다.
이 감독과 이상군 투수코치의 그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해 빈볼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을 때도 ‘앞으로 서승화가 제대로 공을 뿌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앞장서서 보호했던 이도 이 감독과 이 코치였다. 서승화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어느 때보다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감독은 그에게 “올해는 10승 해야지?”라며 의욕을 북돋았고 서승화는 “10승보다는 30세이브로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 그는 마무리라는 보직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마무리로서 담력도 중요하지만 컨트롤이 첫 번째다. 이상군 코치님과 투구 폼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컨트롤도 좋아지고 있다. 지금은 연습 경기에 선발로 나서고 있는데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컨트롤을 향상시켜 마무리 보직을 따내고 싶다”며 의욕을 밝혔다.
서승화는 이제 막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150km 이상의 광속구를 보유한 그가 ‘야생마’ 이상훈(은퇴)의 뒤를 이어 트윈스 좌완 스토퍼 계열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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