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중 이중 모션을 보이는 투수가 오랜만에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삼성의 대졸 신인 우완 오승환(24)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차 지명 1번으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소속팀을 춘계, 추계리그 정상으로 이끈 투수. 일본 오키나와 캠프 중 보여준 그의 투구폼은 그간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묻어나 있었다. 일본 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중 모션이었다. 그런데 일본 투수들의 그것과도 약간 차이가 났다.
일본 투수들은 보통 와인드업 한 뒤 키킹한 발이 땅에 닫기 전 잠깐 정지한 뒤 공을 뿌릴 때 발을 앞쪽으로 힘차게 뻗어 착지하곤 한다. 투수로서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아주 적절하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을 보고 타자는 보통 ‘하나, 둘 , 셋’의 박자를 세곤 한다. 하지만 엇박자가 나면서 타자는 흔들린다. 지바 롯데의 이승엽은 지난해 일본 투수들의 이중 모션에 고전했고 연습 중에도 배팅볼 투수에게 이중 모션으로 던져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오승환의 투구폼은 시각에 따라서는 이중 모션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으나 특이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도 역시 일본 투수들처럼 키킹을 높게 하는 것까지는 똑같다. 그 다음 동작이 별난데 키킹해서 내려온 다리를 그대로 뻗는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려서 나간 뒤 잠깐 멈춘다. 그런 다음 왼쪽 45도 방향으로 발을 뻗은 뒤 투구를 마무리한다. 어찌됐건 최종 착지 동작까지 중간에 한 번 멈칫 하는 동작이 있는 점은 이중 모션과 똑같다.
‘국보급 투수’ 선동렬 삼성 감독(42)과 양일환 투수코치(45)는 오승환의 투구폼을 지켜본 뒤 폼 수정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선수 자신이 편한 자세로 던지라고 했다. 양 코치는 “이중 모션으로 볼 수도 있으나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고 선 감독도 “투구폼은 특별히 손댈 것은 없다. 직구 스피드가 140km 초반에 머무는 만큼 커브,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변화구만 익히면 될 것 같다”는 태도다.
오승환은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폼이다. 투구 밸런스를 잡는데 이 폼만큼 편한 게 없다. 아마시절 상대 타자들로부터도 타이밍에 혼동이 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이중 모션을 지닌 투수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야구인이 집중적으로 한국야구위회(KBO)에 ‘타자를 속이는 행위’라며 이중 모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런 투수는 사라졌다. 그러나 야구 자체가 상대를 속이는 ‘게임’인만큼 오승환의 투구폼은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배짱이 두둑한 오승환을 중간 계투의 한 축으로 중용할 뜻을 비칠 만큼 신임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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