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재미를 느끼면 실력이 부쩍 는다. 공부든 잡기든 관심이 가면 노력을 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야구가 재미있다’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4월 군입대를 고민하며 경산 볼파크 옥상에서 달빛 아래 수없이 던지는 동작을 반복했던 배영수(24ㆍ삼성)는 5월부터 기량이 급상승하더니 ‘한국 최고의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다승 공동 1위(17승), 방어율 2위(2.61),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회 노히트노런 피칭 등 ‘배영수’ 이름 석자를 팬들의 뇌리속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짜릿한 성공의 기쁨을 맛본 그는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배영수에 비견할 바는 못되나 역시 지난해 ‘작은 성공’으로 자신감을 찾은 이가 있으니 바로 시속 160km 광속구를 앞세워 차세대 SK 에이스를 꿈꾸는 엄정욱(24)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훈 중인 SK의 조범현 감독은 지난 22일 “오늘 정욱이가 오전에 수비 훈련을 해야 하는데 안 했어. 왜냐고 물었더니 글쎄 오늘 오후에 많이 던져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쉬었다는 거야. 자기가 알아서 투구 스케줄도 짤 줄 알고 진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라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월로스의 마무리 이가라시 료타(26)가 ‘스바라시(좋다)’를 연발했을 정도로 그는 일본에서도 스타였다. 마침 164km의 세계 최고 강속구 기록을 보유했던 롭 넨(전 샌프란시스코)이 은퇴를 선언한 지 하루가 지난 터라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빠른 강속구 투수로 기록된 그의 공식 최고 구속은 158km다. 다음은 일문일답.
-롭 넨이 은퇴했다. 강속구 기록 경신에 대한 생각은 없는가.
▲스피드보다는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강속구라는 게 던지고 싶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잘 풀어가는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
-조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칭찬이 대단하다. 현재 컨디션은 어떠한가.
▲아직 실전에서 테스트를 안해 봐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오늘부터 불펜 피칭을 하루 200개 수준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135개에서 그쳤다. 캠프 들어와서 한 1000개 정도 던진 것 같다. 어깨와 팔꿈치는 아프지 않고 다만 팔뚝 근육이 뭉쳐서 더 던지지 않았다.(그는 19일 야쿠르트와의 연습경기에서 9회 등판, 1이닝을 던질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쉬었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게 바뀐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가.
▲지난해 6월 29일 기아전에서 생애 첫 세이브를 따내면서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당시 2루타를 맞고도 세이브에 성공했는데 마무리에 대한 매력도 새삼 느꼈다. 7월 25일 기아전에서는 1피안타 완봉승(탈삼진 14개)을 따내기도 했고. 그런 경험을 하면서 야구가 흥미로워졌다.
-상대 타자들이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아마 컨트롤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웃음). (박) 재홍이형이 “너는 컨트롤이 없다는 생각이 있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도 큰데다 폼도 크게 뻗어나와 상대 타자들이 위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심리적 부담 탓에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작년에 많이 던져 봐서 이제 심리적인 부담은 없다. 올해는 아직 보직을 받지는 못했는데 선발로 뛰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그는 지난해 8월 어깨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고 그 때까지 105⅓이닝을 던져 7승 5패 1세이브 방어율 3.76을 기록했다) (박)경완이형의 리드가 좋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 공을 뿌리겠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부상 없이 선발로 빠지지 않고 최소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 탈삼진 타이틀에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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