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정반대로 생각해왔습니다.”
이승엽(29ㆍ롯데 마린스)이 드디어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 신화를 쓰기 위해 기존의 타격폼을 버린 대신 ‘정밀 타격’(컴팩트 스윙)을 선언했다.
26일 롯데 마린스의 1군 스프링캠프인 일본 가고시마현 가모이케 구장서 만난 이승엽은 “그동안 내가 타격을 정반대로 생각해 왔다. 임팩트 순간 왼쪽 어깨가 기울어지면서 볼을 걷어 올리는 타격이 한국에서는 다 통했다. 그러나 일본 동료들은 이런 타격으로는 몸쪽 공을 절대 공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어깨를 수평으로 돌리는 스윙폼으로 바꿨고 지금 80~90% 적응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하체를 고정시킨 채 상체만 회전하는 일본 타자들의 타격 방법을 그대로 밟겠다는 뜻이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동계 체력훈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 “풀스윙하겠다”고 말했으나 결국 팀 동료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적응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다카하시 등 일본 좌타자들의 비디오를 분석하며 어깨를 수평으로 열면서 가볍게 치는 방법을 몸에 익혀가고 있다.
이승엽은 “컴팩트한 스윙으로 바꾸니 한결 가볍게 스윙해도 홈런이 나온다. 비거리는 상관 없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또 “항상 무조건 치려고 덤비다 보니 지난해에는 나쁜 공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공수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타격폼을 완전히 바꾼 이승엽은 이날 가모이케 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자선 경기에서 롯데 마린스 용병 타자 중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했다.
선발 좌익수 겸 4번 타자로 출장한 이승엽은 2회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손민한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6구 바깥쪽 직구를 무리 없이 잡아 당겨 중전 안타를 쳐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7회 수비부터는 다케하라로 교체됐다.
이승엽은 이날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작전에 따라 2회와 5회 두 차례나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날 2타수 1안타로 4차례 연습 경기서 10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가(家)가 맞붙은 이날 경기는 집중력이 좋아진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를 8-2로 제압하고 올 첫 연습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낚아 4년 연속 꼴찌탈출의 청신호를 켰다.
롯데는 0-1로 뒤지던 4회 박연수가 좌완 다카기를 상대로 싹쓸이 2루타를 뽑아내는 등 대거 5득점한 뒤 7회에도 정수근이 간다를 3타점 좌중월 2루타로 두들겨 승부를 매조지했다.
밸런타인 감독은 더블 스틸 2번 포함, 무려 6번이나 도루를 감행하는 작전을 펼쳤으나 롯데 마운드 공략에 실패했다. 베니 애그바야니, 프랑코, 파스쿠치 등 나머지 용병들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좌익수 이승엽에게 이날 공은 별로 가지 않았다. 친구인 정수근이 1회와 5회 이승엽 쪽으로 뜬공을 쳐 수비훈련을 시켜주는 우정(?)을 발휘했다. 이승엽은 4회 라이온의 좌전 안타와 5회 역시 라이온의 뜬공을 무난히 처리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바람이 많이 불어 수비에 나갔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시범 경기에서는 잘 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올해는 새로운 타격폼을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나쁜 볼에 배트가 나가지 않도록 여유를 갖고 선구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한 이승엽과 달리 “몸이 몰라 보게 좋아졌다”(김용희 롯데 2군 감독), “파워는 원래 좋았고 배팅 매커니즘이 바뀌어 정확성이 좋아진 만큼 올해 기대된다”(양상문 롯데 감독), “스윙폭이 짧으면서 힘 있게 나온다”(김성근 전 LG 감독) 등 칭찬이 자자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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