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바뀐 스윙폼을 선보인 이승엽(29ㆍ롯데 마린스)은 경기 직후 “김성근 감독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인스트럭터로 오키나와에 있던 김성근 전 LG 감독(63)은 마침 도쿄를 들러 이날 가고시마의 가모이케 구장을 방문했던 터였다.
이미 지난해 말 바비 밸런타인 감독으로부터 롯데 마린스 코치직을 제의 받았던 김 전 감독은 자세한 말은 삼갔지만 구단측과 대충 얘기가 끝난 듯했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가고시마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 전 감독은 이승엽에 대해 “한 게임만 보고 평가하기는 힘드나 스윙 폭이 줄어든 반면 힘은 여전히 실어줄 수 있었다. 경기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벌인 홈런 레이스에서 ‘방망이가 볼에 막혔다’ 고 생각했던 타구가 넘어가지 않았나. 연습경기 첫 타석에서 무리 없이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깨를 수평으로 나오게 만드는 스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간단하면서도 밀도 있는 분석을 내렸다.
근년 들어 '해외파' 들은 김 전 감독을 자주 찾고 있다. 정확히 말해 ‘김성근’을 보고 싶어한다. 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는 물론 김병현(26ㆍ보스턴 레드삭스)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 쌍두마차는 시즌 후 귀국할 때마다 김 전 감독으로부터 과외를 받고 돌아가곤 한다. 벌써 2년 남짓 됐다. 김병현은 지난 겨울에도 김 전 감독을 세 번 찾았다고 했고 허리 부상 중이었던 박찬호도 김 전 감독으로부터 지난해 원거리 비디오 강습을 받기도 했다. 이승엽도 예외는 아니다. 그도 김 전 감독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2년 LG 감독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인 김 전 감독은 이쯤되면 ‘재야의 지도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물론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가 지나간 자리를 보라. 망가진 투수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혹평이 있다. 하지만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 2002년 LG 감독에서 해임된 후 그의 제자들이 환갑 잔치를 해줬다. 쌍방울 시절 애제자 김기태부터 LG에서 거목으로 키운 신윤호, 김민기까지. 그의 회갑 잔치는 그가 키워낸 선수들로 가득했다. 그들에게 김 전 감독은 '아버지'요, 함께 했을 때는 말도 못 붙일 정도로 엄한 지도자였으나 막상 그의 품을 그리워하는 '아들' 들이었다. 야구인치고 회갑 잔치를 선수들이 열어 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지금은 시간을 내서 인생의 스승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빡빡한 시절 아닌가. 프로 원년부터 16시즌 동안 5개팀 사령탑을 역임했던 과거가 불행하다면 현재는 당시 키워낸 제자들 덕분에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
투수들은 역시 투수 출신인 김 전 감독의 매커니즘을 선호한다. 투수라면 모름지기 많이 뛰고 많이 던져야 한다. 투수를 아는 김 전 감독이 기용하는 스타일을 투수들은 군말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고 곧 이해한다.
타자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의 경우도 일본 야구를 잘 아는 김 전 감독에게 기대게 됐다. 하체를 고정시킨 뒤 상체의 수평적 이동만으로, 백스윙이 없는 짧은 스윙으로도 장타를 생산할 수 있도록 김 전 감독은 이승엽에게 도움을 줄 참이다.
2002년 페넌트레이스 4위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던 이면에는 모든 타자가 똑같은 스윙폼, 획일적이라고까지 말하는 스윙을 이뤘기에 가능했다. 큰 스윙으로 장타를 노리기보다는 도끼로 장작을 패듯, 빠르게 나오는 스윙으로 강습 타구 또는 직선타를 노렸던 전략이 먹혀들었다. 물론 팀배팅을 위한 노림수였다.
바비 밸런타인 감독은 "40홈런보다 나머지 타석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키플레이어로서 이승엽이 더 많은 타점을 올리기를 바란다"며 이승엽에게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다. 팀 득점에 도움이 되고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컴팩트 스윙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했다.
이승엽은 26일 친선 경기 직후 “김성근 감독님이나 내가 생각하는 바가 일치할 것”이라며 동질감을 표하기도 했다. 파워가 원체 좋은 그는 “컴팩트 스윙으로도 힘 안들이고 홈런을 치기 쉬워졌다”고 밝혔다. 김 전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이 이승엽의 ‘남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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