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던 삼성과 현대의 제주 카드를 얼굴로 내세워 문을 여는 2005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새내기들을 위한 무대만은 아니다.
시즌 후 FA 대박의 꿈을 안고 임하는 예비 FA, 거액을 챙긴 후 형편없은 성적으로 FA '먹튀'라는 곱지않은 꼬리표가 붙은 대어, 지난 시즌 체면을 구기고 명예 회복을 노리는 스타들도 시범경기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특히 주목받는 선수들이 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하는 스타급 선수들이다. 올 시즌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 이종범이 예비 FA의 간판. 지난해 생애 최저인 2할6푼의 타율에 그쳤던 이종범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으로 FA 대박의 꿈을 이루겠다는 심산이다. 지난해 말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6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던 심정수 정도는 아니더라도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종범은 올시즌 '뛰는 야구'를 선언하고 전지훈련 기간동안 나이 어린 후배들 못지않게 비지땀을 흘렸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박재홍(SK)도 주목의 대상이다. 지난 시즌 후 기아에서 SK로 말을 갈아탄 박재홍은 사실 2004년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와 불편한 관계로 경기 출장수가 적어 FA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박재홍은 올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30홈런-30도루의 주인공으로 해결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박재홍은 지난해 타율이 고작 2할5푼3리에 7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하지만 박재홍은 SK 조범현 감독이 올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운동한 선수로 꼽을 정도로 노력했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FA 기회를 최대한 살려 거액을 몸값을 챙기겠다는 게 박재홍의 생각이다.
롯데의 에이스였던 주형광도 관심을 끈다. 최근 4년간 총 4승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던 주형광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에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좌완투수라는 희소성때문에 올시즌 성적 여부에 따라 '대형사고'를 칠 수도 있다.
이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인 스타선수들도 있다. 2003시즌이 끝난 후 FA 대박을 터뜨렸으나 지난해 형편없는 성적으로 FA 무용론의 단초를 제공했던 마해영(기아) 정수근 이상목(이상 롯데) 진필중(LG) 등이다.
두산의 간판 스타였던 정수근은 2004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이적하면서 30억원의 큰 돈을 만졌다. 하지만 정수근은 시즌 초반 반짝하다 성적이 곤두박질쳐 롯데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폭행사건에 연루돼 이미지를 구겼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정수근은 올 시즌을 재기의 무대로 여기고 있다.
한화에서 롯데로 옮긴 이상목은 2003년 15승이나 거뒀으나 롯데로 이적한 2004년에는 고작 3승에 그쳤다. 팔꿈치 부상이 도져 수술까지 받아 대표적인 '먹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통해 정수근이나 이상목은 제 컨디션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다.
삼성에서 기아로 이적한 마해영도 지나해 명성에 먹칠을 했다. 슬러거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고작 11개의 홈런을 때리는 데 그쳤다. 기아는 거포부재라는 아킬레스건을 해소하기 위해 마해영을 영입했지만 헛물만 켠 셈이다.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마해영은 지난 시즌이 종료되자 마자 마무리훈련에 동참하는 등 올해 야구인생을 걸고 명예 회복에 나설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서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한 진필중은 구겨진 체면을 곧추세우겠다고 벼르는 대표적인 선수. 지난해 LG로 옮긴 진필중은 불을 끄는 소방수가 아니라 불을 지르는 소방수였다. LG로서는 마무리 부재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필중을 데려왔지만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필중은 올해 농사도 망칠 경우 설 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순철 감독은 그를 올시즌에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지만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구위가 신통치 않아 선발로 돌릴 계획이다.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지 못할 경우 진필중은 올 시즌 내내 LG에 계륵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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