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의 맞대결을 시범경기라 부르겠는가.
한국시리즈 10차전을 방불케 하는 대접전이 12일 제주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9차전에서 현대가 분명 이겼지만 흩날리는 제주의 눈발은 한국시리즈 10차전으로 이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대와 삼성. 김재박 감독과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양팀이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렀다. 경기는 삼성의 4-3 역전승. 결승점은 8회 현대 송신영의 폭투에서 나왔다. 상대 수비 실책에 편승해 이긴 탓인지 선 감독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도리어 “우리 투수들은 볼넷(7개)을 남발했고 현대 김수경에게는 1안타만 뽑는 데 그쳤다. 마음에 안든다”며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김재박 감독님께 한 수 배우고 싶다”(선 감독), “배울 게 뭐 있나. 경기 하면서 알아가는 거지”(김 감독)라며 시범경기 전부터 불을 뿜었던 양팀의 신경전은 경기 내용에서도 잘 나타났다.
0-2로 뒤진 6회 현대가 포수를 김동수에서 강귀태로 바꾼 틈을 타 4개의 도루와 상대의 실책에 편승, 3-2로 역전한 선 감독은 7회부터 지키는 야구를 보이기 시작했다. 7회 송지만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이 되고 2사 3루의 재역전 위기에 몰리자 선 감독은 이숭용 타석 때 우완 안지만을 빼고 좌완 박성훈을 기용했다. 이에 질세라 김 감독도 오른손 대타로 신인 유한준을 내세웠다.
이들의 자존심 싸움은 9회에도 계속됐다. 8회 송신영의 폭투로 삼성이 4-3으로 또 앞서가자 9회 현대의 톱타자 전준호는 기습적인 3루쪽 번트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비록 후속타 실패로 무위에 그쳤으나 시범경기에서부터 번트와 도루까지 감행하며 삼성에 질 수 없다는 디펜딩챔피언 현대 선수들의 각오가 강하게 드러났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2군에 내려간 정민태를 대신해 올 시즌 현대의 제 1선발로 활약할 것으로 보이는 김수경은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의 완벽한 투구로 에이스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반면 삼성 선발 해크먼은 4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았으나 2피안타 5볼넷 2실점으로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여 실망을 안겨줬다. 선 감독은 경기 후 “제구력이 엉망”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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