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24일 잠실구장.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 1무 2패로 뒤져있던 해태는 이날 벌어진 5차전을 잡아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당시 신인이던 해태의 이종범은 1번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1-0으로 앞선 3회말 좌전안타로 출루한 이종범은 상대 포수 김성현의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로 잇따라 2, 3루를 훔쳤다. 홍현우의 짧은 외야플라이를 틈타 홈까지 밟았다.
결국 해태는 이종범의 '발 야구'를 앞세워 4-2로 승리하고 우승의 발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 이종범은 93년 화끈한 방망이와 뛰어난 주루플레이로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이종범은 94년 84도루로 역대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는등 팀 선배 김일권의 뒤를 잇는 대도로 자리잡으며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97시즌을 끝으로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다가 2001년 시즌 도중 친정 기아로 복귀한 이종범은 그러나 한창 때와 달리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도루를 자제했다.
2003년에 50개의 도루를 기록, 국내 복귀 이후 처음으로 도루왕 타이틀을 탈환했지만 정수근(롯데)과 전준호(현대)라는 호적수들에게 '대도'라는 별명을 내줘야 했다.
그러나 이종범이 올 시즌에 또 한번 발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42개를 훔쳤던 이종범은 올 시즌 최소 5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지난 12일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가급적 도루를 삼가했던 이종범은 시범경기가 막바지에 이른 25일 롯데와의 부산 경기에서 '대도본색'을 과시하며 '뛰는 야구'에 시동을 걸었다.
이종범은 이날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뒤 2,3루를 잇따라 훔쳤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종범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장면이었다.
시범경기에서 절정의 타격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이종범이 올 시즌에 정수근 전준호와의 '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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