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롯데전에서 역대 8번째 개막전 완봉승, 24년째 치러진 개막전 사상 최초의 무사사구 완봉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한 삼성 에이스 배영수(24)가 안타깝게도 그날 밤 11시 50분께 비보를 접했다. 바로 친부모처럼 따랐던 할머니 김태순 씨가 노환으로 별세한 것이다. 향년 80세.
승리의 기쁨을 뒤로 미룬 채 배영수는 빈소가 차려진 경북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가 대성통곡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2000년 삼성 입단 후 지난해 한국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선 손자가 이제 막 전성기를 누릴 시기에 야속하게도 저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손자가 제대로 은혜에 보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결국 그의 개막전 완봉승은 할머니 영전에 바치는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배영수는 부모가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끝에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야구를 해왔다. 할머니가 곧 배영수의 부모였다.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려는 손자를 위해 고인은 갖은 뒷바라지를 해왔다. 배영수로서는 함께 사는 누나 현정 씨(26)와 함께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할머니의 위독 사실을 내내 숨긴 채 개막전 승리를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마침내 무사사구 완봉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역시 배영수’라는 찬사를 이끌어냈고 대구팬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부모와 같은 할머니를 시즌 시작과 함께 저 세상으로 보내면서 큰 슬픔을 맞게 됐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유년 시절부터 고난을 이겨오느라 또래에 비해 한층 성숙한 배영수가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야구에 대한 더욱 큰 열정으로 승화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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