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팀이 강팀을 이기고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는 거 아닌가요".
김재박 현대 감독이 지난 8일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 2-1로 신승한 후 한 말이다.
양상문 롯데 감독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아마도 속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라고 되뇌일지 모른다.
올 시즌 개막 전 대다수 전문가들은 "롯데가 절대 꼴찌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범경기에서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들은 입이 함지박 만해졌고 양상문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가 항상 우승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은근히 최강 삼성을 깎아내리기까지 했다.덕분에 나머지 구단에 '롯데 경계령'이 내려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되자 '혹시나'했던 기대감이 '역시나'로 바뀌고 있다. 롯데가 8일 현재 1승 5패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문제점은 투타의 언밸런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팀 방어율(4.22)은 8개구단 가운데 4위에 랭크됐으나 팀 타율(0.252)은 최하위였다.
올 시즌 들어서도 이같은 불균형이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팀 타율은 2할2푼1리로 꼴찌에 팀 방어율도 6.40으로 역시 바닥권인 7위에 머물고 있으나 투수진은 내용상 비교적 호투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7일 현대전. 롯데는 이날 투수들이 3점밖에 내주지 않았으나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8일 LG전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6-1로 지기는 했지만 8회까지 1-2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여러 차례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기회가 잡고도 후속타 불발로 질질 끌려다니다가 조인성에게 만루홈런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2일 개막전 이후 6경기를 벌이면서 롯데가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것은 단 한 번. 그것도 가장 최근인 8일 LG전에서 10안타를 친 게 유일하다.
용병 페레스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또 다른 용병 라이온이 1할에도 못미치는 빈타에 허덕이는 등 중심타선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롯데는 8개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까지 단 1개의 홈런도 날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출루율이 3할에도 못미친다. 고작 2할8푼5리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득점력 빈곤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이 또 다시 도졌다. 6경기에서 11득점이 전부다.
어차피 타력이라는 게 기복이 심하기 마련이어서 경기가 더해지면서 되살아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같은 타선 무기력증이 반복될 경우 롯데는 올해에도 힘든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투수들이 호투한다고 해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 구단 내부에서는 최근 꾀병 의혹을 사고 있는 페레스를 퇴출시키고 1999년 롯데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호세를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호세를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호세가 단기필마로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고 해도 다른 타자들이 가세하지 않으면 큰 재미를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연속 꼴찌의 오명을 벗는 것은 물론 내심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꿈꾸고 있는 양상문 감독의 롯데가 올해에도 또 다시 '양치기 소년'신세가 될지 아니면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돌풍의 주역이 될지 궁금하다.
[사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행사서 롯데의 양상문 감독과 에이스 손민한이 좋은 성적을 다짐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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