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요? 적어도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팀 투수가 위압감을 느껴 제대로 볼을 던질 수 없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모 감독은 올해 최고의 4번타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회적으로 4번타자의 기준을 말한 적이 있다.
사실 팀의 4번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팀 타선에서 핵심 중의 핵심으로 파워 넘치는 배팅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상대팀으로부터 집중견제를 받기 일쑤고 자칫 잘못하면 팀 성적 부진의 덤터기를 뒤집어 쓰기도 한다.
타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4번타자를 꿈꾸지만 결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4번타자로 낙점받으면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이처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4번타자들이 올시즌 초부터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4번타자가 있는 반면 물방망이로 존재조차 희미한 4번타자들도 있다.
4번타자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가 두산의 김동주. 5할2푼6리의 고타율로 타격랭킹 1위에 올라있는 김동주는 승부처에 날카로운 배팅으로 팀이 5승1패로 단독선두를 질주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홈런은 1개밖에 때리지 못했지만 5타점에 7득점을 기록하느등 출루율 6할 장타율 8할9푼5리로 최고조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심정수도 김동주 못지 않게 4번타자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를 선언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는 그동안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우타자 거포 부재를 말끔히 해소하며 선동렬 감독의 신임을 듬뿍받고 있다.
타율은 4할1푼2리로 7위. 아직 홈런은 1개에 불과해 거포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투수들은 주눅이 들기 일쑤다. 6타점을 기록중인 심정수의 각종 타격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볼넷. 벌써 9개의 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투수들이 위기 때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정면승부를 기피한다는 반증이다.
덕분에 심정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선수가 김한수. 삼성의 5번타순에 포진한 김한수는 심정수의 출루율(0.612)이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타점을 올릴 기회가 많이 있다. 김한수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타점을 올린 것도 알고보면 심정수의 보이지 않는 힘이 도움이 됐다.
비록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LG의 이병규도 시즌 초부터 분전하고 있다. 타격랭킹 공동 3위(0.450)를 달리고 있는 이병규는 5타점을 올리며 장타율이 5할에 달한다. 김동주는 심정수에 비해 장타율에서는 밀리지 않지만 중거리타자형 4번타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시즌 이병규는 3번에 마테오, 5번에 클리어라는 용병들이 버티고 있어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수들로부터 견제를 덜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기스윙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이들에 반해 도무지 4번타자인지 알수 없는 타격으로 부진을 면치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SK의 이호준은 타율이 고작 1할6푼7리. 홈런을 2개를 때리고 있지만 정교함이 떨어져 상대투수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삼진도 9개나 당했을 만큼 시즌 반 페이스가 좋지 않다. 이로 인해 김재현과 박재홍의 가세로 중심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던 SK 코칭스태프의 마음이 편치 않다.
롯데가 차세대 거포로 기대하고 있는 이대호도 연일 죽을 쑤고 있다. 고작 1할3푼의 타율에 홈런은 단 1개도 때리지 못했고 타점도 1개뿐이다.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타선이 약해 고민인 롯데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이대호의 타격감이살아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 30홈런-3할-100타점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시범경기에 맹타룰 자랑했던 한화 김태균도 꼬리를 내리기는 마찬가지. 지난 2일 기아와의 개막전에서 반짝한 이후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됐다. 2할의 타율에 3타점에 그치며 '다이나마이트 타선'의 재건을 꿈꾸는 한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기아의 홍세완(0.292)이나 현대의 서튼(0.214)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팀 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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