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경우라고나 할까.
이순철 LG 감독(44)의 심사가 영 불편한 게 아니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위해 용병을 모두 타자로 채웠지만 득점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와 친분 있는 조범현 SK 감독은 “이 감독이 지난해 타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올해는 그 고민을 풀고 싶어 용병 두 명을 모두 타자로 뽑은 것 같다”고 전망했지만 아직까지 신바람나는 LG 특유의 야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야구계에 '방망이는 믿을 수 없다’는 속설이 있는 모양이다.
LG는 지난주 기아전 3연승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주중 한화전에서 2-4, 1-3으로 패하며 다시 연패에 빠졌다. 20일 현재 LG의 팀 타율은 2할 4푼 2리로 8개 구단 중 최하위, 팀 득점은 446점으로 평균 4.2점을 뽑아 6위에 랭크 중이다. 안타도 108개(게임당 7.7개)로 꼴찌, 볼넷(33개)도 꼴찌, 출루율(3할 3리)도 최하위. 득점과 관련된 모든 항목에서 바닥권에 있다 보니 쉽게 이길 수가 없다. 도리어 전체 5위인 팀 방어율(4.63)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LG 타선의 문제는 크게 보아 테이블 세터진의 궤멸과 상하위 연결 타선인 6~7번 타자의 부진으로 꼽을 수 있다.
부동의 톱타자인 박경수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지난주 이후 LG는 마땅한 톱타자를 찾지 못하고 용병 루 클리어를 1번 타자로 내세우고 있다. 5번 해결사로 나서 ‘루’를 ‘깨끗하게’(클리어) 싹쓸어 버리라는 의미에서 본명인 루 콜리어를 루 클리어로 바꿔 등록했건만 팀 사정상 그는 5번이 아닌 톱타자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박용택과 더불어 찬스를 만들어 줘야 하는 테이블 세터 구실은 약간 버거워 보인다. 2할 5푼에 불과한 그의 타율도 문제거니와 삼진이 14개로 많은 점도 문제다.
박용택의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다행히 출루율(.286)이 타율(.245)보다는 높지만 2할대 출루율로는 테이블 세터의 구실을 다했다고 보기에는 어림없다. 중심타자 같은 2번 타자인 박용택은 번트와 작전 수행을 중시한 전통적인 2번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출루율이 현저히 떨어짐으로써 2번 타자의 원래 구실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용빈과 안재만이 맡는 6~7번 타순도 큰 문제다. 중심타선에서 이어온 찬스를 한 방으로 해결해 줘야 하는 이들이지만 각각 타율이 1할 4푼 7리, 2할 5리에 불과하다. 찬스의 종착점이 결국 이들이 되고 마는 것인데 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라이벌인 두산이 6번 안경현부터 김창희, 손시헌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에서 많은 득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운 대목이다. 특히 서용빈은 출루율이 1할 7푼 1리에 그치고 있어 3년 만의 공백을 금세 극복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4번 해결사 이병규가 타율 3할 8푼 5리, 12타점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다른 타자들이 부진하다면 그의 분전도 빛을 잃어갈 가능성이 크다. 공격적인 배팅도 좋지만 일단은 선구안을 키우고 안타를 많이 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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