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롯데가(家)의 ‘가고시마 결의’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지난 2월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는 마린스의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두 차례 친선 경기를 치렀다. 일본 지진피해 의연금 마련을 취한 친선게임을 벌이는 자리에서 바비 밸런타인 마린스 감독은 양상문 자이언츠 감독과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올 가을 아시안챔피언십시리즈에서 양 팀이 만날 수 있도록 하자”며 덕담을 나눴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우승팀이 한 자리에 만나 진정한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가칭) 대회가 올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질 예정. 롯데가가 한일 양국 리그를 제패한 뒤 일본에서 정겹게 만나자는 의례적인 덕담 수준으로 치부됐으나 현재까지 양팀이 거두고 있는 성적을 보면 이들의 결의가 마냥 꿈같은 일은 아닐 듯싶다.
부산 야구의 중흥 및 한국 프로야구 전체 흥행을 위한 도약을 꿈꿨던 롯데 자이언츠는 4강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4년 만에 5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28일 현재 13승 9패로 공동 선두인 두산과 삼성(13승 8패)에 반 게임 뒤진 3위를 마크하며 시즌 초반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지난해 반 게임차로 니혼햄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내줬던 마린스는 올 시즌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웠고 역시 28일 현재 퍼시픽리그의 절대 강자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반 경기 앞선 19승 7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양팀이 초반부터 선전하는 이유는 탄탄한 선발진과 타자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조직력에 있다. 롯데는 8개 구단 가운데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팀. 손민한 이용훈 염종석 장원준 박지철 등 선발 요원이 그야말로 넘쳐 흐른다. 지바 마린스도 에이스 시미즈를 비롯 와타나베 세라피니 고바야시 등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는 ‘제2의 이종범’이라는 고졸 신인 이원석이 공수에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고 새로운 거포 최준석이 중요할 때 한 방으로 장타력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물방망이로 평가받던 유격수 박기혁이 3할 2푼 8리의 고타율로 환골탈태한 게 돋보인다.
마린스도 안타 타율 도루 등 공격 전부문에서 1위를 질주 중인 ‘제2의 이치로’ 니시오카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역시 물방망이로 소문났던 유격수 고사카가 살아난 게 공통점이다. 베니 이승엽 프랑코 등 용병들이 아직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반면 후쿠우라 이마에 등 국내파 선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점도 롯데 자이언츠와 비슷하다.
이제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무수한 장애물이 있을 테지만 4월 한 달 보여준 양 팀의 선전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진] 지난 2월 가고시마에서 만나 인사하는 보비 밸런타인 롯데 마린스 감독(오른쪽)과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
(Copyright ⓒ 폭탄뉴스 www.poctan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