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은 빅리그 비즈니스의 '희생양'
OSEN 알링턴=박선양 특파 기자
발행 2005.05.06 18: 12

연봉 천만 달러대 빅스타 뒤에는 일반인들보다는 낫지만 30만 달러대 '하류 인생'이 수두룩한 게 전 세계 야구선수들의 '꿈의 무대'라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모습이다.
빅리그를 대표하는 많지 않은 간판스타들의 그늘에는 훗날을 기약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예비 스타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야 물론 '눈물 젖은 빵'을 씹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빅리그에도 두 가지 부류의 선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일반팬들에게는 빅리거하면 모두가 '안정된 자리에서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는 스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소한 4년차가 되기 전까지 빅리거는 허울 좋은 스타에 불과하다.
지난 5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눈부신 피칭을 펼치며 시즌 2승을 달성하고도 바로 마이너리그로 강등 당한 '나이스 가이' 서재응(28)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누가 봐도 빅리그 선발 투수로서 자질을 갖춘 서재응이지만 팀의 선수단 운용 방안에서 현재까지는 '열외 병력'으로 분류된 탓에 마이너리그와 빅리그를 오가며 고달픈 행로를 계속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뉴욕 메츠는 이미 연봉과 경력으로 짜여진 선발 로테이션(페드로 마르티네스, 톰 글래빈, 크리스 벤슨, 빅터 삼브라노, 이시이 가즈히사)이 있기 때문에 서재응이나 애런 헤일먼 등 기대주들에게 자리를 쉽게 내줄 수가 없다. 선발 5명 모두 연봉이나 경력면에서 빅리그 최저 수준인 30만 달러대 연봉을 받는 서재응과 헤일먼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구단들이 가장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연봉의 측면에서 서재응과 헤일먼은 5명의 기존 선발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5명 중 연봉이 가장 낮은 삼브라노가 올해 210만달러로 서재응과 헤일먼의 7배나 돼 부상으로 나가떨어지기 전에는 로테이션에서 빼기가 쉽지 않다. 이시이가 250만 달러대, 벤슨이 500만 달러대이고 페드로와 글래빈은 천만 달러대 초특급 스타들이다.
구단으로선 이처럼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선수를 벤치 워머나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내치면 스스로 구단 운영을 잘못했다는 멍에를 뒤집어 쓰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력이 5년차 이상이면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있는 등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
그러니 풀타임 빅리거 3년차 미만으로 연봉도 싸고 마이너리그로 언제든지 보냈다가 다시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은 수시로 불똥을 맞을 수가 있는 것이다. 최소한 3년을 채우고 연봉조정 신청 자격을 획득한 후 연봉이 수백만 달러대로 뛰어오르기 전까지는 구단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아주 엄청난 재질을 보여주며 빈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기 전에는 항상 불안한 것이 3년차 미만 선수들이다. 1, 2년차에는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다 해도 백만 달러대 연봉으로 급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렇게 해주지 않는 것이 빅리그 구단들의 운영 행태다.
구단은 이런 선수들을 바탕으로 천만 달러대의 특급 스타들을 만들기도 하고 영입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착취(?)한 돈으로 스타를 만들어 흥행을 노리는 '비즈니스'인 셈이다.
서재응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한국인 빅리거들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런 단면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어도 높은 연봉과 경력으로 인해 쉽게 마이너리그로 떨어지지 않는다. 둘다 빅리그 5년차 이상으로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 있는 것은 물론 박찬호 같은 경우는 10년차 이상으로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갖고 있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구단들로선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단 둘뿐만 아니라 대개의 빅리그 스타들이 비슷하다.
결국 서재응도 현재와 같은 불안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묵묵히 다음 기회를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자원인 서재응이기에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도 사실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풀타임 3년차를 호성적으로 채운 뒤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진짜 빅리거 스타' 대열에 합류한 뒤 당당히 권리를 행사하는 것만이 최상이다.
이 점은 서재응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허탈함을 뒤로 한 채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서재응이 훗날을 기약하며 이를 악물고 있다. 오늘의 설움을 잊지 않고 기필코 빅리그 최고의 스타가 되고야 말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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