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 후에 클럽하우스 옆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룸에서 1시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임시 선발에서 불펜으로 다시 돌아간 김병현은 이날 8회에 불펜에서 잠시 몸만 풀다가 말았을 뿐 경기에는 출장하지 않았다. 등판 상황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병현은 경기 후 자율 훈련으로 이날 미진한 부분을 채운 것이다. 더욱이 다음 날인 17일은 콜로라도의 휴식일이었다. 1시간여의 훈련을 마친 후 김병현은 라커룸의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기자와 만났다. 김병현은 "뭘 그렇게 오래 기다렸어요. 게임도 안뛰어 할 말도 별로 없는데"라며 혼자 기다리던 기자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김병현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불쑥 '한기주'라는 이름을 꺼냈다. "근데 걔는 어떻게 됐어요. 내가 전화 한 번 해주고 싶었는데"라며 '한기주'라는 한국 아마추어 고교야구 최대 유망주의 근황을 물었다. 이에 기자가 최근 기아 타이거즈에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입단했다고 전하자 김병현은 "정말 잘했네요"라며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한국에 있는 선후배들로부터 '광주의 고교 최대 유망주인 한기주가 한국야구와 빅리그행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김병현은 "남들이 오지랍 넓다고 할까봐 망설였지만 정말 전화 번호를 수소문해서 그 친구와 통화를 하고 싶었다. 웬만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후에 빅리그로 오라고 조언해 줄 작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의외의 말에 기자가 "현재 구대성을 제외하면 모두가 한국 프로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진출해 이 자리에 서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김병현은 " 난 운이 좋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유망주들이 일찍 메이저리그로 진출해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선수들도 일본 선수들처럼 프로에서 어느 정도 뛰고 난 후에 오면 훨씬 쉽게 빅리그 무대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병현은 한국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와서 실패하는 이유로 '자율 훈련 방식'을 터득하지 못한 것을 들었다. 김병현은 "한국 선수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훈련을 열심히 한 덕분에 미국에 와서 1, 2년은 잘 버틴다. 하지만 여기는 자율 훈련 방식이라 강압적인 훈련에 익어 있던 한국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훈련량이 떨어지고 결국 체력이 좋은 미국 선수들에게 밀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병현은 "그런데 프로를 미리 경험하며 스스로 훈련 방식을 터득한 일본 프로출신 선수들은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한기주에게 한국 프로에서 뛰고 오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먼저 뛰면 빅리그행이 늦어지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병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면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 국가대표로 출장할 기회를 얻고 메달을 따면 군면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는 등 그렇게 늦어지지 않지 않느냐"면서 한국에서 먼저 프로를 경험하는 것이 선수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율 훈련 방식의 터득과 먼저 군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다음에 해외 진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광주일고 출신인 김병현은 지역 라이벌고인 동성고(구 광주상고) 출신인 한기주에게 고향 선배이자 빅리그를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애정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어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현은 한기주가 기아행을 선택한 것에 '잘했다'며 수 년 후 빅리그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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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제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5-22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