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호랑이의 명승부 열전은 이제 아득한 기억 속에 묻혀 가는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최강 전력을 보유한 삼성과 단기전의 최강자 해태(기아의 전신)의 대결은 영호남의 맞대결이라는 정치성과 맞물려 프로야구 인기를 최정점으로 끌어올린 빅매치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삼성의 일방적인 우세가 지속되면서 라이벌전의 묘미는 크게 반감되는 분위기다. 삼성이 2001년, 2002년, 2004년 모두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명문 구단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사이 기아는 창단 후 2002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번번히 패퇴하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지도 꽤 됐다.
기아가 삼성에 또 졌다. 올 시즌 7전 전패.‘7억 팔’의 위용을 되찾아 가고 있는 김진우와 삼성 선발 중 약한 고리인 루더 해크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삼성 타선의 집중력은 예상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1회 기아 장성호가 선두 타자 홈런으로 기세를 올리자 2회 삼성 박진만이 투런홈런으로 응수했다. 돌아선 2회말 기아 김종국이 2사 2,3루에서 우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로 재역전했을 때만해도 과거 라이벌전의 영화가 재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단 한 번의 위기를 넘지 못했다. 6회 선두 강동우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갑자기 흔들린 김진우는 박종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더니 후속 박한이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심정수를 볼카운트 2-3에서 몸쪽 높게 들어가는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 숨을 돌린 김진우는 김한수와의 대결에서도 볼카운트를 2-1로 유리하게 이끌며 범타 유도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으나 몸쪽에 붙인 다는 공이 그만 김한수에게 맞고 말았다.
밀어내기로 동점을 허용한 그는 후속 양준혁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결국 역전까지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회에만 몸에 맞는 공 2개, 볼넷 2개를 내주며 자멸했다. 최근 삼성 타선의 페이스가 하향세였다는 점을 감안, 보다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대목이었다.
삼성은 기아 구원 차정민을 상대로 박진만의 땅볼 때 박한이가 홈을 밟아 다시 한 점을 달아났고 박진만과 3루 주자 김한수가 더블 스틸을 벌이며 다시 한 점을 보태 6-3으로 여유 있게 역전했다.
삼성은 7회 강동우의 우전 안타, 박종호의 좌월 2루타 등으로 2점을 더 뽑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최종 스코어는 8-5.
선동렬 삼성 감독이 밝혔듯 올 시즌 기아전은 삼성이 잘했다기 보다는 기아가 자멸하는 통에 건진 경기가 더 많았다. 이날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삼성은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고 기아는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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