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시리즈가 열린다'.
2005 인터리그 스케줄 중 가장 눈에 띄는 대결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의 매치업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팀들로 꼽히는 두 팀은 지난해 직전까지 악명 높은 저주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감격의 월드시리즈를 차지하며 지긋지긋한 저주에서 벗어났지만 컵스는 여전히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며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10일(한국시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지는 두 팀의 3연전은 지난 1918년 이후 처음 벌어지는 맞대결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당시만 해도 두 팀이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월드시리즈 우승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저주에 시달리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레드삭스는 1915년과 1916년 월드시리즈를 2연패한 데 이어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천재타자 베이브 루스가 투수로도 맹활약을 펼쳐 컵스를 상대로 1차전 완투승에 이어 4차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며 4승2패로 통산 5번째 우승을 레드삭스에 안겼기 때문이다.
비록 컵스는 루스의 눈부신 활약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1907년과 1908년 월드시리즈를 두번 연속 차지하는 등 초창기 메이저리그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해왔던 터였다.
이후 레드삭스는 펜웨이파크를 짓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루스를 숙적 뉴욕 양키스에 팔아넘기는 천추의 한을 범해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 데 84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특히 1986년 뉴욕 메츠와의 대결을 비롯해 4차례 월드시리즈에 나섰지만 모두 3승4패로 패퇴하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컵스의 경우 이후 4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1929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에게 1승4패, 1932년과 38년 양키스에게 각각 4전 전패,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 3승4패를 당한 이후 월드시리즈 무대에 다시 진출하지 못했다.
오랜 저주에 시달리던 두 팀 가운데 레드삭스보다 컵스가 먼저 저주를 풀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03년 내셔널리그 결승에서 컵스는 케리 우드, 마크 프라이어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5차전까지 3승2패로 앞서 나갔다. 홈에서 열린 6차전에서도 3-0으로 리드, 58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가 8회초 수비에서 스티브 바트먼이라는 관객이 파울 플라이볼을 건드려 아웃카운트 추가에 실패한 뒤 갑작스레 무너져 플로리다에 무려 8점을 내주고 패했다. 기세가 꺾인 컵스는 7차전마저 내줘 '염소의 저주'를 통감해야했다.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말린스가 조시 베켓을 위시한 영건들의 활약을 앞세워 거함 양키스를 4승2패로 제압했기 때문에 컵스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난해 우승으로 이미 저주를 푼 레드삭스와 마지막 저주를 풀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는 컵스가 펼치는 87년만의 맞대결에서 어느 팀이 미소를 지을지 궁금하다.
로스앤젤레스=손지석 통신원 adre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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