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 기쁘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LA 다저스에 승리를 안긴 '빅초이' 최희섭(26)이 경기를 마친 후 밝힌 소감이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는 승리에 도취돼 '희섭 초이'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지난 1988년 월드시리즈에서 부상을 당해 벤치를 지키던 커크 깁슨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데니스 에커슬리를 상대로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장면을 연상시키듯 다저스 팬들은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최근 15경기에서 원인 모를 난조에 빠져 40타수 3안타의 극심한 난조에 시달렸을 때에도 자신을 아껴준 팬들의 성원에 조금 보답한 것 같아 최희섭은 이처럼 모든 공을 팬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희섭은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선발로 나선 브래드 페니에게 반드시 홈런 3방을 때려 승리를 안기겠노라고 굳은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섭은 1회부터 투런홈런을 때리며 페니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지난 9일 다저스와 3년간 2600만 달러라는 호조건에 계약 연장에 합의한 페니는 6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9피안타로 5점을 빼앗기는 부진을 보였다. 5-5로 동점을 이룬 9회말 트윈스의 투수로 백전노장인 좌완 테리 멀홀랜드가 나섰지만 짐 트레이시 감독은 최희섭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올메도 사엔스 등 우타자들을 대타로 써먹었고 만약 연장에 돌입할 경우 최희섭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16일 경기 이후 단 한개의 볼넷도 기록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근 적극적인 자세로 타격에 나서고 있는 최희섭은 몸쪽을 공략한 멀홀랜드의 초구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우측 파울폴을 때리는 끝내기 홈런이 터지자 4만3000여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영웅 '빅 초이'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홈 베이스에서 기다리던 다저스 팀 동료 중 가장 반갑게 최희섭은 맞은 것도 역시 페니였다. 페니는 개구장이처럼 "왜 홈런 3방을 때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볼멘 목소리로 눈을 흘기면서도 최희섭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에 최희섭은 "7회 무사 2루에서 감독이 보내기 번트 작전 지시를 내리지만 않았더라면 3개를 충분히 칠 수 있었다"라며 페니와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날 경기를 기점으로 오랜 슬럼프와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저스를 구해낸 최희섭의 방망이가 다시 불붙기를 기대해본다. 로스앤젤레스=손지석 통신원 abdrew@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