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빅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불펜보조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왕년의 홈런왕 이만수 씨(47)가 1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홈페이지(www.leemansoo.co.kr)에 콜로라도 원정길에 만난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에 대해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코치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불펜에서 열심히 지켜본 김병현 선수는 전성기 시절의 투구폼이 돌아온것 같았고 직구도 90마일까지 나오는 호투였다. 그동안 좀 부진했던 김병현 선수 걱정은 이제 안해도 되겠구나 할 만큼 회복되어 보였다'고 밝혀 김병현이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병현은 지난 8일 이 코치가 상대편 불펜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3번째 대체 선발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등판,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 코치는 이 글 앞머리에선 -LA에서-라는 소제목으로 2002월드컵의 영웅 홍명보를 비롯해 최순호 감독 등 축구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일을 적은 뒤, -콜로라도 덴버에서-라는 소제목으로 김병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코치는 지난 번 박찬호가 등판했을 때처럼 아지 기옌 감독 등 코칭스태프로부터 "너, 스파이지?"라는 농담을 들은 일, 김병현과 저녁 식사를 한 일, 그리고 일본인 투수 신고가 김병현의 안내로 한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일 등을 소상히 실었다.
다음은 이만수 코치가 홈페이지에 남긴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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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알려진 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운동장에서만 살아온 내게 다른 세계를 접할수 있는 좋은 자리인지라
나는 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만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별한 직업인 야구선수에대한 관심과 호기심 때문인지
계속 질문이 이어지고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대화의
주제가 로 바뀌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느냐?”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는?”
“상대하기 힘들었던 투수는?” “홈런칠 때 공이 정말 수박만하게 보이는가?”
“유니폼 벗을 때 소감은?” 등등.
게다가 요즈음은 “박찬호 선수는 몇 승이나 할 것 같나?”
“김병현 선수는 선발이 나은가? 마무리가 나은가?”까지.
예외없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다 보면 정작 나는 그들의 애기를 들을 기회를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어쨌든 야구 이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고, 이해할수 있어서 좋은점이 있고,
같은 길을 (운동) 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종목이 다르고 처음 만났을지라도 마음 밑바닥에서 부터 통하는 뭔가가 있어서
참 편하다는 느낌이 있다.
요근래 나는 몇명의 운동인들을 만났다.
LA에서는 월드컵의 영웅이었던 홍명보 선수와
전 포철 감독이었던 최순호 씨,
그리고 예전에 날쌘돌이로 명성을 날렸던 축구인 김석원 씨를 만났고
콜로라도 덴버에서 오랫만에 김병현 선수와 개별적인 만남과 식사를 같이 했다.
-LA 에서-
나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된 LA의 김진성 씨의 주선으로 홍명보 최순호 김석원
축구인들과 함께 아침 일찍 골프를 치기로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골프장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 잘아는 사람들처럼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지난 월드컵 경기 때 미국에서 붉은 티를 구해 입고 새벽마다 응원했던 홍명보 선수를 직접
만나보니 듣던대로 점잖고 예의가 바른 사람으로 보였다.
최순호 감독은 동시대에 운동을 하던 사이였지만 현역시절에는 서로 한 번도
못 만나보았다.
이야기도 잘하고 성격도 쾌활하며 한국의 스포츠 현실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야무진 축구인이었다.
미국에 온 지 벌써 18년이 된다는 날쌘돌이 김석원 씨는 운동하던 열심으로 이곳에서
사업도 열심히 해서 기반도 잘 잡고 있는 듯해 보기 좋았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골프를 치며 친목을 다진다고 했다.
홍명보 선수는 골프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특별한 운동 신경이 있는 듯 골프 실력도 상당했다.
운동을 마친 후 한국 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한 후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또 기회를 내서
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시즌 중에는 삭스팀 동료들과 원정경기 중 골프 칠 기회는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같이 운동하던 후배들과 내 나라말로, 우리 식으로 정을 나누며
보낸 몇 시간이 나에게 큰 힘과 즐거움이 되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콜로라도전에서 김병현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자 지난 번 텍사스에서
박찬호 선수가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감독과 다른 코치들이 일제히 나를
놀리기 시작한다.
“삭스팀 정보를 한국 선수들에게 다 주었지?”
“왜 상대팀 선발투수와 전날 식사를 같이 하냐?”
“너 스파이지?”
경기 전에 이렇게 놀리는 것도 부족해서 장난을 무척 좋아하는 아지 기옌 감독과
조이 코라 3루코치는 경기 중간 중간 불펜으로 전화해서
“한국 투수만 나오면 왜 삭스팀 타자들이 꼼짝 못하느냐?” 며 짓궂게 묻는다.
그런데 오늘은 주자 2, 3루에 김병현 선수가 타자로 나오자 우리팀 타격코치인
그레그 워커가 또 불펜으로 전화해서 “김병현 선수는 어떤 공 좋아하는지
너는 알지?” 하면서 물어본다.
경기를 하는지 장난을 하는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농담하고 웃고 떠들다 보니
우리 팀이 2-1로 이기고 말았다.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불펜에서 열심히 지켜본 김병현 선수는
전성기 시절의 투구폼이 돌아온 것 같았고 직구도 90마일까지 나오는 호투였다.
그동안 좀 부진했던 김병현 선수 걱정은 이제 안해도 되겠구나 할 만큼
회복되어 보였다.
선발 출장 전날 김병현 선수가 콜로라도에 처음 간 나를 위해
한국식당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주었다.
큰 아들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김병현 선수를 볼 때마다 꼭 아들같은 마음이 들어
돈을 나보다 더 많이 벌어도 내가 밥을 사게 되는데
이번에는 홈그라운드라고 자신이 굳이 사겠다고 했다.
흐뭇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그날 저녁식사는 특별히 맛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다음날 우리 팀 마무리 투수인 일본 선수 신고가 한국식당을 알려달라고
며칠 전부터 사람을 들볶아서 할 수 없이 선발투수로 경기를 마치고 피곤했을 김병현 선수에게
전화해서 한국식당 위치를 물어보니 자기가 안내하고 싶다고 하며 승용차를 가져와
나, 신고 투수, 신고 투수의 통역까지 4명이 함께 한국식당에 가게되었다.
한.일 양국의 최고 언더스로 투수인 신고와 김병현 선수는
서로가 상대로 맞서고 있는 팀이란 것도 잊어버리고 금새 야구 이야기로 친해지고 말았다.
훨씬 선배가 되는 신고 투수에게 어떻게 88마일 던지다가 60마일의 커브를 던질수 있느냐고 묻기도 하
고 예리한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신고 투수도 그날따라 같은 동양인 언더스로 투수를 만나서인지
마냥 신이나서 야구 이야기뿐만 아니라 욘사마 배용준에 보아라는 가수 이야기까지
한국통답게 한국에 대해 열심히 관심을 표했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가 뒤섞여 저녁식사 시간이 정신 없었지만
같이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우리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보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하는 병현이, 그리고 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신고,
영어와 일본말을 다함께 잘하는 2세 일본인 통역 매트,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나와 병현이,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신고와 매트, 일본말을 아주 쪼끔 아는 나와 병현이 -> 하여간
복잡했다)
우리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영업시간을 연장해가며 기다려주신 식당 주인 아주머니에게도
고마웠다.
헤어질 때 앞으로 서로 좋은 친구가 되자며 연락처를 주고 받는 김병현 선수와
신고 투수를 보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만남에서 느낄수 있는
편안함이 보였다.
말수가 적었던 예전의 모습보다 너무 활기가 있어보이고 이야기도 잘하고
더 많이 성숙해진 모습의 김병현 선수가 올 시즌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아직도 앳된 얼굴의 김병현 선수를 보면 “아이구!!! 귀여운 녀석~”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것 처럼 엉덩이도 두들겨 주고 안아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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