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슬러거’ 이승엽(29. 지바롯데 마린스)과 최희섭(26. LA 다저스), 그들이 있어 올해 한국 야구팬들은 눈과 귀가 즐겁다.
약동하는 이들의 활약상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온통 집중되고 있다. 이승엽은 2003년 말 메이저리그 진출을 꾀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못해 일본 프로야구로 무대를 돌린 터. 일본 프로야구 2년째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이승엽이 올 시즌 성과에 따라 다시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미 ‘큰 물’에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최희섭과 비교해보는 것도 그리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 간의 단순비교는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우선 활동 무대가 다르고 주변 여건의 차이도 있다. 체격조건은 최희섭(26)이 키196cm, 몸무게 109kg으로 이승엽(183cm, 85kg) 보다 훨씬 크다. 최희섭의 체구는 동양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서구형이다. 이승엽은 타자로서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나 유연함이 돋보인다. 최희섭은 큰 체격을 활용한 힘이 느껴지는 타자다.
12일 현재 이승엽과 최희섭의 홈런수는 15개와 12개. 최희섭은 최근 3게임에서 6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이승엽도 최희섭과 비슷한 사이클을 그리며 11, 12일 두 게임 연속 아치를 그려냈다. 둘의 홈런을 숫자로만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다. 마치 행크 아론(755개)과 왕정치(868개)의 홈런수로 세계 홈런왕을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와 다를 바 없다.
LG(MBC 포함), 삼성, 롯데에서 8년 동안 사령탑을 지낸 백인천 전 감독과 롯데, 한화, SK에서 15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강병철(KBO 경기운영위원) 두 전문가의 ‘눈’을 통해 이승엽과 최희섭의 현재를 짚어보고 앞날을 가늠해 보자.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게 원년에 4할대 타율(.412)을 기록했고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수위타자에 오른 적이 있는 백인천 씨는 자타 공인 최고의 일본통. 1996~97년 이태 동안 삼성에서 이승엽을 직접 가르치며 타격 이치에 눈을 뜨게 해준 스승이다
강병철 씨는 김응룡(22년), 김성근(16년) 전 감독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오랜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가르쳐온 명 내야수 출신이다. 한화의 장종훈이 바로 그의 집중지도로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진단
백인천; 이승엽은 이제 일본 적응은 어느정도 된 것같다. 이승엽의 문제는 야구 이전의 문제였다. 그 동안 부진은 야구 기술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생활리듬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타고난 파워 히터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볼에 대한 적응은 그 타자의 재능이다. 그런 점에서 이치로는 탁월하다. 이승엽은 순발력이나 스피드는 조금 부족하다. 말하자면 왕정치 같은 타입이다.
최희섭은 동양적인 재능과 서구형의 체격을 함께 갖추었다. 일본선수들은 순간적인 임기응변이나 잔재주가 좋은데 최희섭은 덩치가 크면서도 둔하지 않고 유연성과 순발력을 다 지녔다. 보기 드문 재능을 갖고 있다.
강병철; 최희섭은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으나 힘을 느낄 수 있는 파워히터다. 반면 이승엽은 최희섭에 비해 조금 매끄러운 맛을 낸다. 일본 적응도 상당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승엽은 아직도 삼진이 많다.(192타석에서 33개로 마린스 주전타자 가운데 삼진비율이 가장 높다) 작년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나아졌지만 타석에서 상황에 맞춰 대처할 수 있는 연륜은 쌓였는데 아직 기복이 심하다.
최희섭은 다저스 구단이 최희섭 개인을 위해서 배려해줄만한 처지가 못되는 것이 아쉽다. 타석에서 크게 휘두려고 하기보다는 정확한 배팅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처방
백인천; 이승엽은 앞으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볼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승엽은 원래 방망이 그립 위치가 낮았다. 삼성 시절에 내가 그립 위치를 귀높이까지 끌어올린 다음부터 홈런이 많이 나왔다. 이승엽은 그런 타격 자세 교정을 이의없이 받아들인 인상적인 선수였다. 홈런타자는 ‘퍼올리는 것이 아니라 찍어쳐야’한다. 높은 스트라이크는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희섭은 목표를 크게 세워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타자가 되려면 홈런을 20~30개 치겠다는 식이 아니라 50개 이상 치겠다는 각오로 덤벼들어야 한다. 최희섭의 조건에서 마냥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강병철; 이승엽은 타석에서 너무 기다리는 느낌을 준다. 스윙을 단순히 크게 하는것보다 짧고 길게 조절해야 한다. ‘저 정도는 충분히 쳐낼 수 있는데’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띈다.
최희섭은 지금보다 더 힘차게 휘두르는 모습이 필요하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높은 볼이나 원바운드성 공도 힘껏 휘두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볼 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이 들어오더라도 좀 더 거칠게, 큰 스윙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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