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마침내 ‘지긋지긋한’9연패의 너울을 벗었다. 포수 강민호의 ‘속옷 뒤집어 입기’ 약발이 먹혔음일까.
1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롯데가 내세운 선발 투수는 다승 1위 손민한(30). 반면 두산이 맞불 카드로 내민 것은 신인 우완투수 박정배(23)였다. 박정배는 올 시즌 8게임에 등판하긴 했으나 선발 기용은 이날이 처음. 승패 없이 방어율 7.71인 투수와 10승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손민한과의 맞대결은 무게중심에서 현격한 차이가 났다.
하지만 경기 초반은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 타자들이 박정배의 역투에 휘말리면서 의외로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3회까지 단 1안타, 1실점으로 막아낸 박정배에 비해 오히려 손민한 쪽이 4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내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1회 정수근의 빠른 발로 안타 없이 한 점을 선취한 롯데가 공격의 실마리를 푼 것이 4회 말.
2번 신명철이 좌중간 안타로 돌파구를 열었고 1사 후 4번 이대호가 박정배의 2구째 직구를 통타, 높이 떠서 왼쪽 스탠드로 날아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시즌 13호 홈런.
롯데가 연패를 탈출하는 데 확신을 갖게 해준 것은 신인 포수 강민호였다. 3-0 상황에서 박정배가 라이온, 박연수에게 거푸 볼넷을 내주자 두산 벤치가 좌완 전병두로 교체했으나 강민호는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통쾌한 좌익수 옆 3루타를 터뜨렸다.
강민호(20)는 주전 포수 최기문의 부상으로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있는 포철공고 출신의 새내기. 강민호는 이날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한 ‘애끓는 마음’에서 양말을 뒤집어 신고, 속옷을 뒤집어 입고 나와 실제 팀의 연패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과거 지도자들 가운데 해태 시절의 김응룡 감독이 손때가 꾀죄죄하게 묻은 모자를 줄창 쓰고 있었던 것이나, 김성근 전 LG 감독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양말을 왼쪽부터 신고 제일 먼저 버스에 타는’등의 일종의 금기를 실천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선수가 미신같은 행동을 보인 것은 보기 드문 일.
롯데 양상문 감독은 5-0으로 앞선 5회 선두 신명철이 좌중간 2루타로 나간 다음 3번 손인호에게 초구에 보내기번트 지시를 내렸다. ‘넌덜머리 나는’ 연패의 늪에서 한시바삐 빠져나오려는, 비장한 작전이었으나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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