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37)이 한화 이글스 구단 내부의 압박적 분위기에 밀려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장종훈의 은퇴가 전격 이루어진 후 외부 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진작 (장종훈) 선수가 은퇴한다고 했으면 일찍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큰 짐을 덜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듯한 이 관계자의 발언을 뒤집어본다면 장종훈의 은퇴가 전적으로 선수 자신의 의사가 아닌,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지못해 결정됐음을 시사한다.
이 관계자의 발언을 미루어 보면 한화 구단은 장종훈의 선수생활 연장 자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짐스러운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년의 장종훈을 ‘계륵’같은 존재로 여겼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풀이가 가능한 것은 장종훈이 한국프로야구 타격 기록의 대명사로 위대한 업적을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모양새를 갖춘 은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은 우선 장종훈의 은퇴에 즈음해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인사말을 남겼을 뿐 공식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게다가 은퇴 후에 뒤늦게 장종훈의 등번호 35번의 ‘영구결번’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은퇴식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실시할 것인 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한화 구단이 사전에 장종훈의 은퇴와 관련,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 구단 내부에서 모양과 절차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적어도 장종훈 같은 대선수를 시즌 도중에 느닷없이, 그것도 팀은 광주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는 마당에 불쑥 발표한 것은 그 경위가 석연치 않다. 그의 공로를 감안한 ‘예우’를 고려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한화 구단측은 장종훈에게 지도자 연수 등을 주선해 주겠다는 언질을 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준비 작업이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듣고 있다.
장종훈의 식구들은 갑작스런 은퇴사실을 전해듣고는 상당히 당황해 했다는 후문이다. 장종훈의 선수생활 마감에 따른 충분한 사후 대책 의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화 구단 일각에서는 장종훈이 ‘실력도 없으면서 제 욕심만 차리려한다’는, 비판적인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구단은 당초 작년 시즌 후에 선수생활을 접은 투수 한용덕과 함께 장종훈을 은퇴시키려 했지만 여론이 부담스러웠음인지 실제 행해지지는 않았다.
장종훈은 올 봄 스프링트레이닝 때까지만 해도 선수생활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훈련에 정진했다. 시즌 들어서는 김인식 감독 체제로 선수단이 새로 짜여지면서 후배들과의 실력 경쟁에서 밀려난 장종훈의 설 자리가 좁아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김인식 감독도 ‘이름 값으로 기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원론적인 의사 표명한 바 있다.
선수가 선수생활을 접어야할 때를 선택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노릇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소속 구단측이 ‘대세론’을 내세워 선수를 설득, ‘장강의 뒷물결’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프로 세계의 냉혹한 현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야구사의 한 장을 장식한 대선수에게 구단은 최대한 예우를 갖추어 모양새 좋게 은퇴시킬 의무가 있다.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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