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교류전 결산,‘명예회복 자신감 찾았다’
OSEN U05000013 기자
발행 2005.06.20 17: 45

‘네 시작은 비쩍 골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 출산드라의 예언이 딱 들어 맞았다고 하면 본인이 기분 나쁠까. 지바롯데 마린스 이승엽(29)이 우려와 달리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가 처음으로 도입한 센트럴-퍼시픽리그 교류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지난 해 부진에서 벗어나 명예회복을 이룩할 완전한 반전 기회를 잡았다. 지난 해 부진을 씻어내야 하는 이승엽으로선 교류전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 일각에서는 재기의 가장 큰 변수로 꼽기까지 했다. 물론 이유는 제법 있었다. 무엇보다도 센트럴리그의 전반적인 수준이 퍼시픽리그 보다 높다는 통념이 깔려 있었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파리그 다승왕이 세리그로 가더라도 두 자리 승수가 힘들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거기다 센트럴리그 투수들은 퍼시픽리그와 달리 정면승부를 택하는 대신 유인구로 승부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안 그래도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에 진절머리 나는 이승엽으로선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낯선 투수들과의 대결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언뜻 낯선 타자와 투수의 대결은 양쪽 똑같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토너먼트 대회가 아닌 이상 타자가 절대로 불리하다. 팀간 6경기씩을 치른 이번 교류전을 예로 들어보자. 타자 처지에서는 각 팀의 선발 투수를 한 명씩 상대하고 나면 교류전이 끝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반면 투수 처지에서는 불펜이나 덕아웃에서 한 경기에 최소한 3타석 이상씩 나오는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센트럴리그 팀의 홈경기에서는 자리도 하나 줄게 됐다. 지명타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승엽이 가고시마 캠프에서부터 외야수 연습을 해 둔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한 교류전이었지만 이승엽은 정반대로 펄펄 날았다. 교류전 첫 경기인 5월 6일 요코하마와의 원정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것도 잠시, 이튿날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날리더니 5월 8일에는 시즌 5호 홈런을 날렸다. 이후 5월 18일 히로시마 원정경기부터 5월 22일 주니치와 홈경기까지 5연속 경기 홈런을 날리는 기염을 토했다. 팀의 5월 MVP로도 선정됐다. 이승엽은 교류전 마지막 경기인 18일 야쿠르트와 원정경기 9회 팀의 교류전 1위를 자축하는 시즌 16호 홈런을 터트리는 등 교류전 29경기에서 12개의 홈런(교류전 홈런 공동 선두)을 날렸다. 104타수 32안타로 타율 3할8리, 27타점, 17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루타도 7개를 날려 장타율이 무려 7할2푼1리에 이르렀다. 교류전 성적을 놓고 보면 한국에서 뛸 때와 다름 없다. 이 같은 예상을 뒤엎는 호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승엽 스스로는 “생각보다 센트럴리그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펼쳤다”고 밝혔다.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는 이승엽이 일본 진출 직후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스리 볼에서도 변화구를 던진다”고 토로했 듯 한국투수들의 볼 배합에 익숙해 있던 이승엽을 괴롭혔다. 게다가 퍼시픽리그 투수들은 ‘타자를 맞히려고 던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오면 몸쪽에 바짝 붙는 볼을 사정없이 던져댄다. 이제는 이승엽이 이를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타격리듬을 유지하고 상대의 볼배합을 읽는데 어려움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센트럴리그 팀과 대전에서는 이런 부담 없이 투수와 승부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상대가 정면승부를 걸었더라도 이승엽이 쳐낼 능력이 없었다면 결과는 반대로 됐을 것이다. 그 동안 김성근 전 LG 감독과 다카하시 코치의 개인지도를 충실히 받으며 쉼 없는 개인훈련으로 자신을 담금질한 효과가 교류전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이승엽 자신은 상대 투수들의 정면승부를 호성적의 이유로 꼽았지만 사실은 이승엽 스스로가 노력해서 일본 투수들의 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 교류전 호성적의 가장 큰 이유라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구장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승엽이 교류전 첫 경기를 치른 요코하마 구장. 국내의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부산 사직구장은 요코하마 구장을 본 떠 지었다’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지난 해 시범경기에서 요코하마 구장을 찾았던 이승엽도 “사직구장과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할 만큼 낯선 느낌을 갖지 않았다. 당시 이승엽은 전광판 좌측 스탠드 상단에 떨어지는 큼직한 홈런을 날린 바 있다. 이승엽은 요코하마 원정경기에서 호성적으로 센트럴리그 투수들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이승엽이 지난 해 적응에 애를 먹었던 돔 구장. 요미우리의 홈 구장인 도쿄 돔은 그렇다치고(아직도 이승엽은 도쿄 돔 경기를 어려워 한다)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찾는 나고야 돔(주니치)에서의 적응에 관심과 우려가 모아졌다. 하지만 이승엽은 나고야 돔 2경기에서 9타수 6안타를 날렸다. 특히 11, 12일 이틀 동안 밀어서 홈런을 날리는 기염을 토했다. 우려와 달리 나고야 돔에서도 쉽게 적응한 결과였다.(이승엽은 지난 해도 오사카 돔에서 만큼은 처음부터 편하다는 느낌을 밝혔고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비록 교류전 MVP는 팀 동료 투수 고바야시에게 돌아갔지만 이승엽이 교류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무기로 21일 니혼햄전부터 재개되는 퍼시픽리그에서 호성적을 이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아주 좋은 느낌이다.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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