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몸에 맞는 공 급증
OSEN U05000013 기자
발행 2005.06.24 11: 14

‘기록의 화신’ 장종훈(37)은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투수가 던진 131개의 공을 몸에 얻어맞았다. 프로 생활 19년 동안 장종훈이 기록한 몸에 맞는 공은 그나마 박종호(32)에 비하면 나은 축에 속한다. 프로 13년째인 박종호는 올 시즌 8개의 공을 얻어맞아 개인통산 143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현역, 은퇴 선수 통틀어 최다 숫자다. 지난 23일 경기서도 타자들이 투수들의 공에 얻어맞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대구경기에서 현대 유니콘스 톱타자 이택근이 1회 초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전병호의 공을 왼쪽 무릎에 정통으로 맞아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30여초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은 잠실경기 9회 초 2사 1, 3루 때 LG 트윈스 장문석의 공을 미처 피하지 못해 그대로 등에 얻어맞고 한참동안 아픔을 호소하는 장면도 있었다. 올 시즌 유난히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힛바이피치드볼’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8개구단 합쳐 몸에 맞는 공 총수는 265게임에서 387개가 나왔다. 이는 경기당 평균 1.46개꼴로 역대 최다 수치다. 몸에 맞는 공은 연간 532게임씩 소화한 2000년대 들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2000년 536개(경기당 1.01개)→2001년 515개(0.97)→2002년 658개(1.24)→2003년 605개(1.14)→2004년 681개(1.28)였고 올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몸에 맞는 공은 504게임에서 735개가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8개구단 가운데 현대는 가장 적게 던지고(38개), 가장 많이 맞은(71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기아는 가장 많이 던진 편(69개)이었고 한화가 가장 적게(29개) 맞았다. 단순한 실투였거나 빈볼성 여부를 막론하고 몸에 맞는 공은 타자들의 선수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는 불상사를 빚을 가능성도 큰 것이 바로 몸에 맞는 공이다. 위협구는 그라운드 집단 난투극의 빌미를 주기도 한다. 역대 몸에 맞는 공 순위를 보면 박종호와 장종훈이 1, 2위에 올라 있고 김동수(119개. 4위) 이만수(118개. 5위), 박경완(109개. 8위) 등 포수 출신들이 눈에 띈다.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도루왕 김일권 전 삼성 코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반사신경과 타자의 공격 성향을 연관지어 풀이했다. 선수생활 10년 동안 몸에 맞는 공이 22개밖에 없었던 김 전코치는 “허리 위쪽으로 던지는 공은 피하기 쉽지만 무릎 밑으로 던지는 공은 피하기 어렵다”면서 “타자 개개인의 공격적 성향과 민첩성, 반사신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수들은 아무래도 동작이 민첩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몸에 맞는 공이 많다는 분석이다. 김 코치는 공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나 소질로 본다. 프로야구 초대 신인왕 출신으로 OB 베어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박종훈(SK 와이번스 코치)은 빈볼로 인해 뼈아픈 경험을 한 지도자이다. 1983, 84년 타격 5, 6위로 3할대 이상 쳐냈던 박종훈은 85년에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며 장효조(당시 삼성)와 리딩히터를 다투었다. 85년 시즌 중후반까지 3할8~9푼의 고타율로 1위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박종훈은 빈볼 한 개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어 끝내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 해 7월17일, MBC 청룡과의 후반기 3차전 잠실구장 경기에서 박종훈은 OB 2번타자 겸 중견수로 출장,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다. 3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당시 MBC 투수 오영일이 노골적으로 위협구를 던졌다. 첫 공이 머리 위쪽으로 날아왔고 두 번째 공이 박종훈의 옆구리께를 겨냥하고 들어왔다. 순간 박종훈은 몸을 틀었으나 공이 허리부위를 정통으로 때렸다. 엉덩이 바로 위쪽 요추에 얻어맞은 박종훈은 그로 인해 시름시름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장효조(.373)에게 밀려나 타격 2위(.342)에 그쳤다. 박 코치는 “당시 타격 포인트에 ‘볼이 서 있는 것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타격감이 참 좋았다. 게다가 MBC전에서 잘 쳤다. 그래서 상대편이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 어느정도 예측은 했다. 당시 오영일이 ‘아예 나를 겨냥하고 던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바보스러운 것은 그 공을 완전히 피하지 않고 몸만 틀어버렸다는 것이다”고 아픈 옛일을 또렷이 기억해냈다. 한참 잘나가던 박종훈은 그 후유증으로 인해 30세이던 89년에 은퇴할 때까지 단 한차례도 3할대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허리통증이 계속되고,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후반에는 타격 집중이 잘 안된 것은 물론 수비에 나가서도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몸에 맞는 공이 늘어만 가는 프로야구판, 어디로 흘러가는가.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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