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정말 모르일이다.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트린 원인을 제공했던 '원수'가 이제는 승리의 '최고 도우미'가 됐으니 말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과 주포 프레스턴 윌슨(31)과의 관계가 그렇다. 김병현에게 윌슨은 애증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윌슨으로 인해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됐지만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올 시즌 콜로라도에서 선발로 6번 등판한 가운데 2승을 올리면서 윌슨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윌슨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전서 김병현이 선발 등판,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는 동판 홈런 2방을 터트리며 김병현의 시즌 첫 승을 도왔다.
윌슨은 또 25일 캔사스시티전서 김병현이 5⅔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분투할때 찬스때마다 한 방씩을 날리며 김병현을 지원했다. 2-2 동점을 이룬 3회말 무사 만루에서 적시타로 결승타를 때린 것을 비롯해 4회에도 2타점 적시타로 점수차를 8-2로 벌리며 마운드에 있는 김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5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였다.
김병현과 윌슨의 관계는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인연이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선발로 뛰던 2003년 4월 15일 경기 도중 타석에서 윌슨이 공을 맞히며 부서져 마운드로 날아온 방망이끝에 오른 발 복숭아뼈 부위를 맞는 부상을 입었다. 김병현은 처음에는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이후에도 등판을 계속했으나 부상이 쉽게 낫지 않으면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이때의 부상에 발목이 잡혀 허리, 어깨 등으로 부상이 옮겨가면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때를 생각하면 김병현에게 윌슨은 정말 미운 존재였다. 하지만 올 3월말 보스턴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해온뒤에는 구원을 털고 팀동료로서 거듭났다. 김병현은 이적 후 윌슨과 처음 만난날 "너 때문에 부진에 빠졌다"며 농담으로 미움을 털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윌슨은 빙그레 웃으며 미안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김병현과 윌슨의 좋은 사이가 앞으로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콜로라도가 윌슨을 트레이드하기 위해 시장을 노크하고 있고 시카고 컵스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으로선 주포인 윌슨이 빠지면 승수사냥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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