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 앉아서 대기하는 것보다 선발이 낫다". 콜로라도 김병현(26)은 불펜 투수로 뛰면서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선발 욕심을 밝혀왔다. 그리고 그는 올 6월 8일 이후 5차례 연속 선발 등판 기회를 가지면서 구단 안팎의 신임을 얻고 있다. 김병현은 30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휴스턴전(1-7 패)에서 시즌 7패(2승)째를 당했지만 5이닝 6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나름의 몫을 해냈다. 투구수(109개)가 많았고 사사구 5개를 내준 건 흠이었다. 특히 4회 초엔 휴스턴 2번타자 크레이그 비지오한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사구 기록(268개)을 세우게 해준 투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점은 3점(2자책)에 그쳤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악명높은 쿠어스 필드에서의 올 시즌 5차례 선발 등판(27⅔이닝 11자책점)에서 전부 2자책점 이하의 피칭을 해냈다. 또 지난 19일 볼티모어전(3⅓이닝 6실점)이 유일한 예외였을 뿐 최근 5차례 선발 등판 중 4차례를 2자책점으로 막았다. 17경기에 나와 20⅔이닝 18자책점을 내준 불펜투수로서 성적과 7경기에서 36이닝을 던지면서 20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등판 기록이 차이가 많다. 최근 선발로만 나선 덕분에 4월말 한때 9.64까지 치솟았던 방어율도 6월을 마치면서 6.04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애리조나-보스턴을 거치면서 이루지 못한 '붙박이 선발' 꿈이 콜로라도에서 무르익는 셈이다. 김병현처럼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는 LA 다저스의 데릭 로와 뉴욕 메츠의 데니 그레이브스를 꼽을 수 있다. 로는 보스턴 시절 마무리를 맡아 보며 42세이브(2000년)를 거두기도 했으나 2002년 선발로 정책해 21승(8패)에 노히트노런까지 달성했다. 또 작년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7차전과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전부 선발승을 따내는 큰 일을 해내기도 했다. 그 덕에 시즌 중 부진했지만 다저스와 FA 대박(4년간 3600만 달러)을 터뜨릴 수 있었다. 로는 다저스에서 5승 8패 방어율 3.66을 올리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베트남 출생 투수 데니 그레이브스는 신시내티 때 4년간 잘해 오던 마무리를 버리고 2003년 선발 전환했으나 대실패(4승 15패)했고 다시 마무리로 복귀, 지난해 41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올해 경기 도중 자신을 비난하는 팬한테 손가락질 욕을 하는 바람에 쫓겨나 메츠로 와서 불펜으로 뛰고 있다. 어찌보면 그동안 김병현의 야구인생 항로는 그레이브스와 유사해 보였으나 최근 선발로서 연착륙하면서 로처럼 될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