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최희섭, '맞대결의 추억'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7.03 13: 29

잘 알려진 대로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은 최희섭(26.LA 다저스)의 광주일고 1년 선배다. 김병현보다 한해 위인 서재응(28.뉴욕 메츠)까지 각각 1년 터울인 동문 선후배 3명이 함께 메이저리그를 누빈 지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선후배지만 이들 셋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서재응이 호방한 '나이스 가이'라면 김병현은 과묵하고 안으로 파고 드는 스타일이다. 최희섭은 붙임성 있으면서도 신중한, 서재응과 김병현을 반반 정도 섞어놓은 성격이다. 맏형답게 후배들의 모든 걸 감싸안는 서재응과 달리 김병현과 최희섭은 만나면 반갑게 웃지만 때론 묘한 경쟁심이 감지되기도 한다. 둘 간의 라이벌 의식은 일찌감치 고교 시절부터 싹튼 것 같다.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최희섭이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2001년 봄의 일이다. 김병현은 주전 마무리를 꿰찬 상태였지만 최희섭은 초청 선수로 시범경기에 참가해 빅리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고교 시절 추억을 되짚던 김병현은 "광주일고 시절 팀 훈련이 끝나면 가끔 희섭이를 따로 남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선배라고 기합 주려고 그랬냐"고 묻자 김병현은 "내가 잠수함 투수라 왼손 타자에 약하다는 말이 듣기 싫었다. 그래서 후배인 희섭이와 1대1 대결을 하면서 이런저런 구질들을 시험하곤 했다"고 답했다. "뙤약볕 아래서 주전자에 물 가득 받아놓고,둘이서 1시간이나 계속 대결을 한 적도 있다"는게 승부욕이라면 둘째 가기 서러운 김병현의 기억이다.
며칠 뒤 최희섭을 만나서 당시를 물어보니 김병현의 말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김병현은 분명 "희섭이가 그 때 제 공을 거의 못 쳤죠"라고 했지만 최희섭은 "무슨 소리에요. 제가 홈런도 많이 치고 병현이형 공은 자신 있었어요, 그때부터"라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본 사람이 없으니 둘 중의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까.
그로부터 꼭 2년 뒤 김병현과 최희섭은 마운드와 타석에서 만났다. 2003년 3월 30일 뱅크원볼파크에서 벌어진 애리조나-시카고 컵스의 시범경기에서였다. '메이저리그 사상 첫 한국인 투타 대결'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달리 둘 간의 대결은 조금은 싱겁게 끝이 났다. 첫 타석에서 공 4개만에 2루 땅볼로 김병현이 승리를 거두는 가 했지만 두번째 타석에서 초구에 최희섭의 엉덩이를 맞히는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
1타수 무안타, 몸에 맞는 공으로 '무승부'를 이룬 두 사람은 "맞혀서 미안하다"(김병현) "형 공이 굉장히 좋아진 것 같다"(최희섭)는 사과와 덕담을 주고받고는 헤어졌다.
그리고 또 2년여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됐다. 이번엔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 대결이다. 오는 5일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지는 콜로라도 로키스-LA 다저스 경기에 김병현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어서 최희섭과 피할 수 없는 진짜 승부를 벌이게 됐다.
2년새 두사람 모두에게 모두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선발투수의 꿈을 안고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병현은 손가락 욕설 파문 끝에 콜로라도 로키스에 새 둥지를 틀었고 최희섭도 컵스에서 못다 이룬 꿈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펼치나 했지만 다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돼 시카고->마이애미->LA로 2년여 사이 드넓은 미국 대륙을 바지런히도 옮겨다녔다.
흙먼지 풍기는 광주일고 운동장이 아닌, 시범경기 그라운드도 아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무대에서 두 선후배는 어떤 승부를 펼칠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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