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절 불펜으로 보낼 겁니까.'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올시즌 선발 전환후 첫 무실점 피칭을 했다.
5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홈 경기에 시즌 8번째로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6회까지 5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낸 뒤 2-0으로 앞서던 6회말 1사 1, 2루서 대타로 교체됐다. 시즌 3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김병현은 로키스의 승리로 경기가 끝날 경우 시즌 3승째(7패)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 25일 캔자스시티전에서 5⅔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2승째를 따낸 뒤 10일만에 승리 추가다.
선발 제외를 고려하고 있는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시위라도 하듯 김병현은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85마일 안팎의 빠른 공 위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간간히 섞는 완급 조절로 한번도 연속 안타나 연속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회초 선두타자 오스카 로블레스와 9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중전안타를 내주며 출발했지만 안토니오 페레스를 6-4-3 병살타로 잡고 제자리를 찾았다. 제프 켄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지만 올메도 사엔스를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 첫 이닝을 무난히 넘겼다.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김병현은 3,4회 연속으로 주자를 득점권까지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요리하는 노련함으로 실점 없이 버텨냈다. 3회 선두타자 제이슨 렙코에게 마운드를 스쳐지나가는 땅볼 중전안타를 맞은 뒤 이어진 2사 3루에서 안토니오 페레스를 한가운데를 찌르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겼다. 4회엔 1사후 사엔스에게 펜스를 맞히는 좌월 2루타를 허용했지만 제이슨 워스를 좌익수 플라이,제이슨 필립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에도 선두타자 오스카 로블레스에 우전안타를 맞은 뒤 켄트의 평범한 내야플라이가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을 타고 내야안타가 되는 바람에 1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김병현은 흔들리는 기색 없이 사엔스와 필립스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워 또 한개의 0을 스코어보드에 찍었다.
콜로라도 타선은 경기 초반 득점 기회마다 적시타로 점수를 빼내며 김병현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듯 했다. 1회말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간 톱타자 코리 설리반이 도루로 만든 무사 2루에서 애런 마일스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4회에도 선두타자 토드 헬튼이 1루수 올메도 사엔스의 키를 살짝 넘기는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곧바로 프레스턴 윌슨이 우중간 가르는 3루타로 뒤를 받쳐 점수차를 2-0으로 벌렸다. 그러나 내처 제프 위버를 몰아부치지 못하고 계속된 무사 3루의 기회를 날린 콜로라도는 5회에도 1사 2,3루 및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추가점을 얻지 못했다.
한편 김병현은 경기 시작 직후 다저스 간판타자 제프 켄트와 난투극 일보 직전의 충돌을 빚었다. 김병현은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타자 켄트에게 2구째 몸쪽 공을 던지다 켄트의 등을 맞혔다. 누가 봐도 고의성이 없는 상황이지만 켄트가 눈을 부릅뜨고 마운드로 몇걸음 옮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TV 중계를 맡은 빈 스컬리에 따르면 켄트는 방망이 끝으로 김병현을 가리키면서 "나랑 한번 해볼래(Do you want a piece of me)?"라는 욕설에 가까운 말을 세차례나 내뱉었고,김병현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래 한번 해보자'는 듯한 표정으로 켄트 쪽으로 걸어내려왔다. 양쪽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온 가운데 더이상 불상사는 없었고 켄트와 김병현은 각각 감독에 이끌려 제자리로 돌아갔다.
켄트가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4월 23~25일 콜로라도 원정의 구원(舊怨)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콜로라도 투수들은 3연전에서 7차례나 다저스 타자들을 맞혔다. 그중에서도 켄트는 이틀 연속 공을 맞았는데 그중 하나가 25일 경기에선 8회 등판한 김병현의 공이었다. 바로 전날(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J.D.드루가 브래드 할시가 던진 공에 왼쪽 손목을 맞아 부상자명단(DL)에 오른 것도 켄트가 민감하게 반응한 원인으로 보인다. 김병현은 이날까지 11개째 몸에 맞는 공을 범해 내셔널리그 투수중 사구 1위를 기록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광주일고 1년 후배 최희섭(26)과 정규시즌 첫 투타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좌타자에 약한 언더핸드 김병현이 선발 등판했는데도 다저스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최희섭을 제외시켰다. 대신 선발 1루수로 기용된 사엔스는 2루타와 삼진 등 김병현을 상대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