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올 시즌 선발 전환후 최고의 피칭을 하고도 부실한 불펜 때문에 승리를 날렸다. 최희섭이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LA 다저스는 연장 11회 루키 오스카 로블레스의 적시타로 4-3으로 역전승, 연패를 끊었다.
5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 홈 경기에 시즌 8번째로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6회까지 5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낸 뒤 2-0으로 앞서던 6회말 1사 1, 2루에서 대타 에디 가라비토로 교체됐다. 시즌 3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김병현은 시즌 3승째(7패)를 따내나 했지만 불펜이 7회 곧바로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날렸다. 방어율만 6.04에서 5.46으로 낮췄다.
김병현이 6이닝 동안 지킨 리드를 콜로라도 불펜은 채 아웃카운트 한개도 잡지 못하고 날려버렸다. 7회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우완 데이비드 코르테스는 6번 제이슨 필립스로 시작되는 다저스 하위타순에 안타 2개와 볼넷을 내줘 순식간에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투수 타석에서 짐 트레이시 감독은 최희섭을 대타로 내세웠지만 콜로라도가 좌완 바비 시로 투수를 교체하는 바람에 최희섭은 하릴없이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대신 대타로 나선 대만 출신 우타자 천진펑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이어 다음 타자 오스카 로블레스의 추가 적시타로 3-3 동점이 돼 김병현의 승리가 날아갔다. 다저스는 연장 11회초 다저스가 조 그라보스키의 안타로 만든 2사 3루에서 로블레스가 중전 적시타를 날려 결국 4-3으로 역전승했다.
승리와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김병현의 투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85마일 안팎의 빠른 공 위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간간히 섞는 완급 조절로 한번도 연속 안타나 연속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회초 선두타자 오스카 로블레스와 9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중전안타를 내주며 출발했지만 안토니오 페레스를 6-4-3 병살타로 잡고 제자리를 찾았다. 제프 켄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지만 올메도 사엔스를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 첫 이닝을 무난히 넘겼다.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김병현은 3,4회 연속으로 주자를 득점권까지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요리하는 노련함으로 실점 없이 버텨냈다. 3회 선두타자 제이슨 렙코에게 마운드를 스쳐지나가는 땅볼 중전안타를 맞은 뒤 이어진 2사 3루에서 안토니오 페레스를 한가운데를 찌르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겼다. 4회엔 1사후 사엔스에게 펜스를 맞히는 좌월 2루타를 허용했지만 제이슨 워스를 좌익수 플라이,제이슨 필립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에도 선두타자 오스카 로블레스에 우전안타를 맞은 뒤 켄트의 평범한 내야플라이가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을 타고 내야안타가 되는 바람에 1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김병현은 흔들리는 기색 없이 사엔스와 필립스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워 또 한개의 0을 스코어보드에 찍었다.
타자들도 김병현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콜로라도 타선은 경기 초반만 해도 적시타를 터뜨리며 김병현의 뒤를 받치는 듯 했다. 1회말 애런 마일스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4회에도 무사 1루에서 프레스턴 윌슨이 우중간 가르는 3루타로 한점을 더 보탰다. 그러나 무사 3루에서 내처 제프 위버를 몰아부치지 못했고 5회에도 1사 2,3루 및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추가점을 얻지 못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편 김병현은 이날 경기 시작 직후 다저스 간판타자 제프 켄트와 난투극 일보 직전의 충돌을 빚었다. 김병현은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타자 켄트에게 2구째 몸쪽 공을 던지다 켄트의 등을 맞혔다. 누가 봐도 고의성이 없는 상황이지만 켄트가 눈을 부릅뜨고 마운드로 몇걸음 옮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TV 중계를 맡은 빈 스컬리에 따르면 켄트는 방망이 끝으로 김병현을 가리키면서 "나랑 한번 해볼래(Do you want a piece of me)?"라는 욕설에 가까운 말을 세차례나 내뱉었고,김병현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래 한번 해보자'는 듯한 표정으로 켄트 쪽으로 걸어내려왔다. 양쪽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온 가운데 더이상 불상사는 없었고 켄트와 김병현은 각각 감독에 이끌려 제자리로 돌아갔다.
켄트가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4월 23~25일 콜로라도 원정의 구원(舊怨)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콜로라도 투수들은 3연전에서 7차례나 다저스 타자들을 맞혔다. 그중에서도 켄트는 이틀 연속 공을 맞았는데 그중 하나가 25일 경기에선 8회 등판한 김병현의 공이었다. 바로 전날(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J.D.드루가 브래드 할시가 던진 공에 왼쪽 손목을 맞아 부상자명단(DL)에 오른 것도 켄트가 민감하게 반응한 원인으로 보인다. 김병현은 이날까지 11개째 몸에 맞는 공을 범해 내셔널리그 투수중 사구 1위를 기록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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