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은 족보를 따지지 마라'.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용병들의 퇴출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추세를 보면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선수일수록 아시아 무대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명문 요미우리는 지난 8일 외야수 게이브 캐플러(29)를 퇴출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디 빌딩 잡지 표지 모델로 등장할 만큼 메이저리그의 소문난 근육맨인 캐플러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에 몸담다 올 시즌 요미우리로 이적했다. 입단 당시에는 타고난 파워에다 수비가 좋고 발이 빨라 다카하시-시미즈와 함께 요미우리 외야진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받았으나 허리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 보따리를 싸게 됐다. 캐플러의 성적은 38경기 출장에 타율 1할 5푼 3리, 3홈런 6타점에 불과했다.
그에 앞서 요미우리는 지난해 휴스턴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던 댄 미셀리(현 콜로라도)를 영입해 마무리로 점찍었으나 마운드에선 불쇼를 연발하고 야구장 밖에선 말썽만 일으켜 쫓아냈다.
공교롭게도 한국 무대에서도 메이저리거 출신들이 그다지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지난해 알 마틴을 영입해 실패했던 LG는 올해엔 텍사스와 신시내티에서 뛴 경험이 있는 외야수 루벤 마테오를 데려왔지만 쓴 맛만 봤다. 마테오는 시범경기 땐 홈런왕에 올랐으나 약점이 노출된 뒤 선구안에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LG가 그 대신 데려온 좌완 레스 왈론드는 빅리그 경력이 고작 20여 일에 불과, 메이저리거 출신이라고 할 수 없는 투수다. 그러나 왈론드가 2번 등판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내자 LG 구단은 “이럴바에야 이제 메이저리그 물을 오래 먹은 선수는 피해야겠다”는 농반진반의 소리까지 오갈 정도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는 타이론 우즈(주니치)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면서 최고 레벨의 용병으로 군림하는 걸 보면 빅리거라고 어디서나 통하는 보증수표는 아닌 모양이다.
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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