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야구 해설위원은 기아 좌완 용병 블랭크(29)의 프로 데뷔전을 보더니 "저런 투수는 오래 못 버틸 것"이라고 바로 혹평한 적이 있다. 블랭크에게 패전을 당한 어떤 프로야구 팀 감독은 "우리 팀이니까 못 쳤지"라면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실제 블랭크의 성적은 누적될수록 공의 구위로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시켜준다. 45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은 19개에 그친 데 비해 볼넷은 20개를 내줬다. 또 8경기에 등판해서 홈런을 8개나 내주고 있다. 그런데도 블랭크의 성적은 3승 무패다. 방어율이 3.80으로 괜찮지만 최근 4경기에서 전부 3자책점 이상을 기록했는데도 패전이 없다.
지난 10일 광주 한화전에서도 블랭크의 '운발'은 또 한번 드러났다. 블랭크는 1회 선두타자 조원우부터 볼넷으로 출루시키더니 3번 데이비스에게 우월 투런홈런을 맞고 2실점했다. 이후 2회와 3회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4회초 3안타에 에러 1개가 나오면서 3실점하고 말았다.
이날 블랭크는 지난달 29일 SK전 이래 처음으로 5이닝(3⅓이닝)을 못 버티고 강판했다. 투구수도 67개로 가장 적었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보는 한화 타자들 때문에 풀카운트 승부만 4차례나 됐고 볼넷을 3개나 내주는 곤욕을 치렀다.
0-4에서 물러났고 한화 선발이 송진우라는 점을 고려하면 블랭크의 시즌 첫 패는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기아 타선은 4회말 장성호의 솔로홈런과 김상훈의 만루홈런으로 순식간에 5-4로 전세를 역전시켜 블랭크를 패전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그렇지만 기아는 결국 마무리 최상덕이 9회초 한화 4번타자 김태균에게 역전 스리런 포를 얻어맞고 7-5로 재역전패했다. 리오스도 떠난 마당에 투구 패턴도 갈수록 한국 타자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기아로선 불안하기만 한 블랭크의 무패행진이다.
정연석 기자 yschung6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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