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LG 감독은 투수의 최대 무기는 빠른 직구라고 생각한다. 이 감독은 그래서 투수들을 기용할 때도 직구 스피드를 중시한다. 특히 "불펜 투수들은 145km 이상의 빠른 직구를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원래 이 감독은 올 초 오키나와 전지훈련 전후 시점 무렵만 해도 '올시즌 마무리로 경헌호를 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빼어난 커브를 갖추고 있는 경헌호의 스피드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결국 신윤호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이를 두고 이 감독은 "스피드만 나오면 무조건 경헌호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허리가 아프지도 않다는데도 아무리 해도 구속이 안 나오는 거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LG 우완 셋업 정재복에 대해서도 처음엔 철썩같은 믿음을 주지 않았지만 시즌이 달아오르고 스피드가 145km를 찍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비록 한시적이긴 했으나 정재복을 마무리로 기용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최근 LG 선발진의 축을 이루고 있는 좌완 용병 레스 왈론드도 마찬가지다. 스피드가 안 나온다면서 영 못 미더워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 145km 전후의 직구를 꽂자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면서 에이스 대접을 해주고 있다. 이 감독이 유달리 서승화나 김광삼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도 이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감독이 스피드를 중시하는 스타일에 속한다면 이상군 LG 투수코치는 제구력 신봉론자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두 지도자의 가치관이 충돌한 적은 전혀 없다. 스피드와 제구력은 둘 다 좋은 투수를 만드는 필수요소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석 기자 yschung62@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