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지난 11일(한국시간)로 시즌 전반을 마치고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아직은 후반기라는 큰 변수가 남아있지만 지구 1위로 반환점을 돈 6개 팀 중 LA에인절스와 세인트루이스,보스턴을 뺀 절반이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던 팀들일 만큼 1년 전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작은야구,지키는 야구의 승리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지난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자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했다. 카를로스 리와 호세 발렌틴,마글리오 오도녜스 등 중심타자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스캇 폿세드닉과 일본 프로야구 출신 이구치 등 발빠르고 수비 좋은 '소총수'를 영입했다. 올란도 에르난데스와 더스틴 허맨슨, 루이스 비스카이노를 데려와 존 갈랜드-마크 벌리 등 영건들이 떠받치던 마운드에 경륜을 보탰고 저메인 다이와 A.J.피어진스키로 외야와 포수진에도 새 피를 수혈했다. 과감하게 팀 컬러를 개편한 결과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1위(242개)였던 팀 홈런은 눈에 띠게 줄었지만(전반기 106개) 리그 최하위권이던 팀 방어율(4.91)은 일약 리그 1위(3.56)로 도약했고 팀 도루수(91개)도 이미 지난해(78개) 수치를 넘어 메이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57승 29패로 30개팀 중 최고 승률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결국 득점(357점)보다 실점(361점)이 많은 상태로 시즌 전반을 마쳤다. 만년 꼴찌팀 몬트리올 시절에야 밥먹듯 흔한 일이었지만 올해는 다른 게 하나 있다. 최고 명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제치고 지구 1위로 반환점을 돌았다는 사실이다. 워싱턴 돌풍의 비결은 '지키는 야구' '짜내기 야구'다. 1점차 경기 승률이 리그 최고인 24승 9패로 3점 이내로 득점하고도 이긴 경기가 16번이나 된다. '고무팔' 리반 에르난데스(12승3패)가 등판했다 하면 최소 7이닝은 던지며 불펜의 부담을 줄이고 마무리 채드 코르데로가 31세이브로 완벽하게 뒷문을 지킨 결과다. 득점과 홈런 모두 30개팀 중 최하위지만 희생번트 1위(53개),희생플라이 5위(28개)의 조직력과 집중력으로 이를 만회했다.
▲사오기보다 길러 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지난 6월 1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선발 투수 카일 데이비스 등 무려 7명의 신인을 선발 출장시켰다. 치퍼 존스와 마이크 햄튼, 팀 허드슨 등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대거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린 것이다. 앤드루 존스와 마커스 자일스,아담 라로시까지 이날 선발 라인업 10명 전원이 트레이드돼온 선수 없이 애틀랜타 팜 시스템에서 키워낸 선수들로 채워졌다.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일궈낸 스카우트와 팜 시스템의 저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최대 유망주 제프 프랑코어까지 가세,25인 엔트리의 절반 가까운 10명을 신인을 채우고도 애틀랜타는 지구 선두 워싱턴을 2.5게임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뉴욕 양키스도 열심히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불러올리고 있다. 개막 직후 나가떨어진 재럿 라이트 대신 대만 출신 왕젠밍을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한 데 이어 5월엔 2루수 로빈슨 카노를 불러올렸다. 마크 콧세이가 오클랜드 잔류를 택하는 등 트레이드 시장도 입맛대로 흘러가지 않자 전반기 막판엔 중견수 멜키 카브레라를 불러올려 '호화군단'의 엔트리에 신인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오클랜드도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을 털고 5할 승률로 전반기를 마쳤다. 허드슨(세인트루이스)과 마크 멀더(세인트루이스)가 떠난 빈 자리를 베리 지토와 함께 리치 하든과 조 블랜튼 등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메워가고 닉 스위셔가 가세한 타선도 에릭 차베스와 에릭 번스 등 '토종'들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다. 선두 에인절스와는 7.5게임차지만 해마다 후반기에 무섭게 치고올라오는 팀이어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가 기대된다. 내셔널리그 최하위 승률로 처지긴 했지만 김병현이 속한 콜로라도도 개럿 앳킨스,브래드 허프,제프 프랜시스와 클린트 밤스,맷 홀리데이 등 마이너리그에서 길러넨 신예들을 팀의 주축을 키우는 실험을 1년째 진행 중이다.
▲뜨는 태양,지는 별
기대하지 않았던 활약과 아찔한 추락은 곳곳에 있다. 지난해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했던 데릭 리(시카고 컵스)는 타율 3할7푼8리(1위) 홈런 27개(공동 1위) 72타점(2위)으로 1967년 칼 야스터젬스키 이후 38년만의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트래비스 해프너(클리블랜드)와 브라이언 로버츠(볼티모어)도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칠 것 같던 토드 헬튼(콜로라도)는 2할대의 나락에서 헤매고 있다.
로저 클레멘스(휴스턴)가 메이저리그 데뷔 21년만에 최고의 전반기 성적을 낸 반면 지난해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13승 무패, 방어율 1.21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했던 호안 산타나(미네소타)는 7승 5패, 방어율 3.98의 '보통' 투수로 전락했다. 에드가 렌테리아를 보스턴에 뺏긴 세인트루이스는 4년간 1000만달러의 '싼값'에 잡은 데이비드 엑스타인으로 유격수와 톱타자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 반면 FA 시장의 투타 최대어 페드로 마르티네스-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한 뉴욕 메츠는 5할 승률 맞추기에 허덕이다 전반기를 마쳤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