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월드컵을 표방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16개국이 참가해 내년 3월 4~21일 미국 등 3개국에서 펼쳐지는 것으로 잠정 확정됐다. 시즌 전 개최에 반대해온 일본 프로야구 선수 노조와 선수 망명 때문에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기를 꺼리는 쿠바의 태도가 변수지만 논란 속에 추진돼 온 '야구 월드컵'이 성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4개조 리그의 경기 방식이나 내년 3월 첫 대회, 3년 뒤인 2009년 2회 대회를 가진 뒤 이후 4년마다 대회를 열기로 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명실상부한 월드컵을 지향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이에 동조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바람대로 월드컵다운 열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려면 무엇보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전원 현역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될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붙을 2라운드 이후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첫 라운드에서 같은 A조에 속한 일본 대만 중국과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선수들에게 이겨야 한다는 동기가 부여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국 야구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우승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등 과거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구대성 이승엽 박재홍 이병규 등이 어우려져 일궈낸 성과 뒤엔 병역 면제라는 엄청난 당근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파들이 빠지고 엔트리 중 상당 선수들이 이미 군면제를 받은 상태에서 출전한 2003년 11월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은 대만에 덜미를 잡혀 본선 진출조차 좌절됐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스포츠 경기로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월드컵 16강 이상,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3가지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훨씬 따기 힘든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도 소용이 없다. 이 때문에 배구 같은 종목에선 금메달이 가능한 아시안게임에선 선수들이 몸을 내던지면서도 메달을 바라기 힘든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출전은 꺼리는 현상이 굳어진지 오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야구 월드컵을 표방하지만 축구 월드컵과 달리 설사 우승을 한다 해도 병역 혜택이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소속팀에 남은 연봉을 전액 보상해주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상 위험이 굉장히 높은 초 봄에 국제대회에 나설 선수들에 대한 보장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얻을 것 별로 없는 대회에서 무엇으로 선수들에게 월드컵 같은 투지를 불사르게 할 것인가. 무작정 애국심에만 호소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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