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은 AL보다 열등한가?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7.13 12: 45

내셔널리그(NL)는 '시니어 서킷(senior circuit)', 아메리칸리그(AL)는 '주니어 서킷(junior circuit)'으로 불린다. 거칠게 번역하면 '형님' '아우' 정도 될까. 1876년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신시내티 레즈 전신) 등 7개팀으로 출범한 내셔널리그는 1901년 8개 팀으로 뒤늦게 시작한 아메리칸리그에 대해 뿌리깊은 우월감과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우월함을 주장할 수 있을까. 13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펼쳐진 제76회 올스타게임에서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에 5-7로 패했다. 이로써 내셔널리그 올스타는 지난 97년부터 8년 내리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무릎을 꿇었다(2002년은 무승부). 1933년 올스타게임이 시작된 이래 내셔널리그의 8연패-아메리칸리그 8연승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스타게임이 더 이상 단순한 친선 행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8연패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지난 2003년부터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리그가 그해 월드시리즈 1~2, 6~7차전을 홈구장에서 치르는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갖게 된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이 세인트루이스를 4연승으로 완파한 건 토니 라루사 감독이 "(홈필드 어드밴티지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펜웨이파크에서 1,2차전을 치른 덕이 컸다. 지난해 조 토리 감독이 이끈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는 알폰소 소리아노가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1회 대거 6득점,올스타게임 사상 첫 타자일순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대 리그간 세력 불균형은 인터리그 경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로 끝이 난 올 시즌 인터리그 경기에서 아메리칸리그 팀들은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승률 54.4%를 기록했다. 인터리그가 올해 총 239게임이나 치러진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승률 차이다. 지난해 양 리그가 인터리그에서 50대50의 승부를 했던 것에 비해 뚜렷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22년간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16승6패,월드시리즈에서도 14승7패의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통게도 있다.
과연 아메리칸리그는 내셔널리그보다 더 센가. 그렇다면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여러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양키스 효과'다. 올시즌 드디어 연봉 2억달러를 돌파한 양키스를 넘지 못하면 월드시리즈를 꿈꿀 수 조차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아메리칸리그 팀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선수를 키워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올 시즌 팀 연봉 1~4위는 양키스(2억 달러)-보스턴(1억2,300만달러) 뉴욕 메츠(1억100만달러)-LA에인절스(9,700만달러)로 아메리칸리그 팀들의 씀씀이가 내셔널리그를 앞서고 있다.
원인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아메리칸리그의 우위를 입증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겨울 리그를 바꾼 최고 투수 중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건너간 랜디 존슨(양키스.9승 6패 방어율 4.16)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아메리칸리그에서 내셔널리그로 돌아간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 메츠.10승3패,2.72)는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차가 큰 두 명으로 리그의 수준차를 단정짓는 건 너무 위험하고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간 커트 실링이 다승왕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한 걸 감안하면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유야 어쨌든 국내 팬들에게도 아메리칸리그가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내셔널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아메리칸리그로 와서는 시련과 부진을 겪었다. 또 보스턴 레드삭스 한 팀에 몰리긴 했지만 김선우 조진호 이상훈 송승준 등 아메리칸리그에서 첫발을 내디딘 숱한 한국 선수들이 실패를 경험했다.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와 시애틀 유망주 추신수를 제외하면 아메리칸리그는 한국인들에게 '불모의 땅'에 가깝다.
올스타전 완승으로 다시 한 번 우위를 확인한 아메리칸리그가 오는 9월 포스트시즌에서도 지난해처럼 내셔널리그를 꺾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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