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들, '천적을 넘어야 산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7.13 15: 49

올 시즌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박찬호(32.텍사스)의 방어율이다. 성공적으로 재기했다고 보기엔 전반기 5.46의 방어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들이 많다. 방어율이 높은 건 두말 할 것 없지만 좀더 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시 즌 박찬호가 승리를 따낸 8경기에서 방어율은 3.21, 패하거나 승패를 기록하지 않은 9게임의 방어율은 8.04다. 이긴 경기 방어율이 더 좋은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져볼 구석이 있다. 올 시즌 박찬호가 ‘흠씬 두드려 맞고도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득점 지원(경기당 7.76) 때문에 승리를 따냈다’는 통념이 과연 맞냐는 것이다. 시즌 전반 승리한 8경기 중 딱 한 번을 빼고 7경기에서 박찬호는 3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그 중 6번은 6이닝을 넘긴 퀄리티 스타트(QS)였고 무실점 또는 1실점 이하 경기도 세 차례나 됐다. 뭇매를 맞고도 승리한 경기는 통산 100승을 따낸 6월 5일 캔사스시티전(5이닝 11피안타 6실점 승리) 한 차례뿐이었다. 부진한 경기에서 타선 지원으로 패전을 면한 건 사실이지만 타선 지원 때문에 쉽게 승리를 챙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박찬호에게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은 감수해야 한다. 기복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천적’들이다. 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등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팀들에게 유독 시달림을 당한 것이다. 박찬호의 후반기 첫 등판은 16일(한국시간) 오클랜드전이다. 텍사스는 7월에만 4연전 두 차례 등 오클랜드와는 11번을 더 싸워야하고 에인절스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한게임 한게임이 중요할 시즌 막판 두 차례 3연전 전이 잡혀 있다. 박찬호의 후반기, 나아가 올 시즌 성패는 오클랜드와 에인절스 두 천적 사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어율 낮추기’와 ‘정당한 평가’라는 두 마리 토끼가 걸려있다. 최희섭(26.LA 다저스)과 김병현(26.콜로라도)도 후반기엔 천적들을 상대로 좀더 힘을 낼 필요가 있다. 최희섭이 짐 트레이시 감독의 확실한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곰곰 따져보면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과 경기에서 썩 좋지 못하다는 게 걸리는 대목이다. 애리조나전 26타수 5안타(.192)를 비롯 샌디에이고전 27타수 6안타(.222), 샌프란시스코전 18타수 2안타(.111) 등 콜로라도전(.250)을 빼곤 모두 시즌 타율(.236)을 밑돌았다. 제이슨 슈미트와 우디 윌리엄스, 하비에르 바스케스 등 이들 팀 에이스에게 처절하게 당한 결과다. 1위 샌디에이고에 7.5게임차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다저스로선 후반기 같은 지구 팀들과 대결에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희섭에겐 지구 라이벌전이 고비이자 기회다.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 굳히기에 도전할 김병현에게도 넘어야할 천적이 있다. 샌디에이고 중심타자 라이언 클레스코다. 클레스코는 숀 그린(애리조나)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김병현의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 중 하나다. ‘받쳐놓고 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김병현만 만나면 자신있는 스윙을 한다. 클레스코는 전반기 막판인 지난 9일 쿠어스필드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날리는 등 김병현을 상대로 통산 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김병현 상대 통산 5타수 3안타에 3안타가 모두 홈런이다. 김병현이 1999년 메이저리그 데뷔후 7년간 48개의 홈런을 내주는 동안 한 타자에게 3개를 맞은 건 클레스코가 유일하다. 역시 같은 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와 후반기에 세 차례나 더 만나야하고 김병현이 선발투수로 자리를 굳히려면 클레스코에게 또 당해선 곤란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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