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심정수에게 쏠렸다. 경기 후 질문 공세는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거둔 임동규에게 쏟아졌다. 그래도 양준혁(36.삼성)은 쓸쓸하지 않았다. 덕아웃의 선동렬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흘렸을 것이다. 지난 13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펼쳐진 삼성-현대 경기는 '중고 신인' 임동규와 친정 현대를 상대로 장외홈런 두방을 날린 심정수가 주연이었다. 하지만 양준혁도 화려한 조연이 됐다. 6연패에 허덕이던 6월말 이후 삼성 타선이 처음 두 자릿수 득점으로 모처럼 폭발하는 데 뇌관 노릇을 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양준혁은 박종호의 좌전안타에 이어 우중간을 가르는 연속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어 심정수의 선제 3점 홈런에 다리를 놓았다. 5회에도 박종호의 좌전안타에 이어 좌중간으로 밀어친 안타로 1사 만루의 대량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심정수의 홈런도,박진만의 싹쓸이 2루타도 양준혁이 불을 지핀 결과다.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양준혁이 다시 양준혁다워지기 시작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던 말이 무색하게 2할대 초반에 허덕이던 양준혁은 7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월 들어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서 안타를 뽑아내며 24타수 10안타. 홈런 한 방에 2루타도 두 개로 4할대 월간 타율(.417)을 기록하고 있다. 5월(월간 타율 .215)에 이어 6월(.197)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어 스스로 "병에 걸린 것처럼 내 몸을 내 맘대로 가눌 수가 없다”고 토로할 만큼 심각했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아직 시즌 타율 2할4푼7리로 갈길이 멀지만 후반기 재도약을 향한 발판은 제대로 마련한 셈이다. 장종훈이 보유 중인 각종 타격 관련 기록 넘어서기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5일 문학 SK전에서 장종훈의 통산 최다 안타 기록(1771개)을 넘어선 양준혁은 지난 10일 두산전에선 장종훈도 이루지 못한 프로 첫 개인 통산 350 2루타를 달성했다. 득점 타점 루타수 사사구에서 모두 장종훈의 통산 최다 기록을 손에 잡힐 듯한 거리로 따라붙어 후반기엔 나서는 경기마다 신기록을 쓰게 생겼다. 전반기엔 신기록을 세우고도 활짝 웃지 못했지만 이 페이스대로라면 후반기엔 마음껏 기록 달성을 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준혁은 13일 현재 1784안타로 한국 프로야구 최초가 될 개인 통산 1800안타에 16개를 남겨두고 있다. 계속된 연패로 여유가 사라진 삼성에도 양준혁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이다. 배영수의 부진과 권오준의 선발 전환, 해크먼 퇴출-하리칼라 영입 등 마운드가 어수선하기 그지 없어 타선이 앞장서 이끌어줘야 할 상황이다. 때마침 살아난 양준혁의 방망이처럼 삼성도 다시 성큼 내닫기 시작할지 주목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