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구가 있어야 투구수를 줄일 수 있다'.
투수에게 결정구와 투구수는 불가분의 관계다. 결정구가 있으면 투구수도 줄일 수 있지만 결정구가 시원찮으면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15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서 선발 맞대결을 벌인 박찬호와 리치 하든의 투구를 보면 '결정구와 투구수의 함수관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결정구가 불분명해진 박찬호는 타자들과의 상대에서 매번 힘들게 펼친 반면 95마일(153km) 안팎의 강속구를 결정구로 갖고 있는 리치 하든은 8회 1사 후 소리아노에게 단타를 맞을 때까지 7⅓이닝동안 텍사스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기염을 토했다.
박찬호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도 결정구가 없어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야했다. 다저스 시절에는 하든 못지 않는 강속구에 빠른 커브 등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지만 지금은 구속이 떨어진 투심 패스트볼(싱커), 느린 커브, 체인지업 등으로 맞서면서 힘든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든은 강속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리고 스플리터(일명 SF볼)를 섞어 던지며 텍사스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해 대조를 이뤘다. 확실한 결정구가 있으므로 텍사스 타자들은 배팅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나쁜 볼에도 방망이가 딸려나오기 일쑤였다.
15일 경기서 박찬호는 5이닝 동안 볼넷을 3개 기록하는 동안 삼진을 단 한 개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초반부터 풀카운트 접전이 많아짐에 따라 덩달아 투구수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3자 범퇴로 막은 1회에도 투구수가 17개나 됐다.
결국 투구수가 100개에 가까워진 6회 무사에 2루타와 좌전안타를 연속으로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보스턴 레드삭스전서도 5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선전했지만 투구수가 100개에 이른 6회 3실점으로 무너졌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초반 투구수가 많아 긴 이닝을 소화할 수 가 없게 돼 선발투수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가 더 나은 투구를 보이려면 '결정구'를 하나 정도 더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시즌 중간에 레퍼터리를 추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타자들을 농락했던 '빠른 커브'라도 부활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진다. 전성기 때 강속구를 대신한 현재의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은 컨트롤이 제대로 이뤄지는 날에는 빛을 발하지만 바깥쪽이나 높게 빠지는 날에는 힘든 경기를 펼치게 하는 '동전의 양면'이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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