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좀 보세요, 아직도 손이 덜덜 떨리네요”.
지난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드스타전을 마친 직후 선동렬 삼성 감독의 볼을 받은 장채근 기아 코치가 꺼낸 소리다. 라커룸에서 만난 장 코치의 왼 손바닥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물집이 잡힌 것처럼 보였다. 장 코치는 “평소 쓰던 것 대신 구조가 약간 다른 조범현 SK 감독의 미트를 빌려 올드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러나 손에 익지 않은 미트로 (선 감독의 강속구를) 받다보니 손이 다 떨린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고 시속이 140km에 이르는 직구를 포함해 선 감독이 이날 7회초 마무리로 올라 던진 14개의 공을 받아 본 장 코치는 “옛날과 다름없이 힘이 지금도 대단하다. 볼도 기가 막혔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해태 시절 이래 11년만에 호흡을 맞춘 선동렬-장채근 배터리는 이날 3아웃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한국야구위원회(KBO) 팀의 5-4 역전승을 지켜냈다.
선 감독은 이날 고려대 선배인 이종도 고려대 감독에게 타격을 당해(?) 유일하게 출루시켰다. 하필이면 해태 시절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8차례나 받았던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의 실책 때문이었다. 선 감독과 둘 도 없는 사이인데다 지금도 삼성의 감독과 수석코치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한 코치는 실책해서 큰일 날 뻔했다는 질문에 “(이미 타격을 했기 때문에) 에러를 해야 (선 감독이) 삼진으로 경기를 끝내지 않겠습니까”라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옛 해태 황금시대 멤버들의 ‘지원’ 속에 1이닝 3탈삼진으로 세이브에 성공한 선 감독은 “오랜만에 배터리 호흡을 맞췄지만 장채근의 덩치가 커서 쉽게 던질 수 있었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지만 못 받을까봐 직구하고 슬라이더 커브로 승부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선-장 배터리는 138km~140km를 오가는 ‘광속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커브와 슬라이더로 유인했고 속지 않으면 다시 직구로 승부를 거는 투구 패턴으로 대한야구협회(KBA) 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이날 자신이 MVP로 선정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장 코치와 술잔을 기울이며 모처럼 회포를 풀었다.
인천=홍윤표 기자 chuam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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