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선발 등판한 19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은 온갖 희한한 장면들이 속출했다. 어설픈 수비와 실책은 기본이고 폭투 패스트볼에 선발투수의 부상 조기강판, 그리고 호수비까지 야구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쏟아져나와 팬들에게 흥미와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먼저 콜로라도에서 나온 플레이는 실책성 플레이 및 호수비, 그리고 연속 폭투였다.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3루의 위기에서 워싱턴 4번타자인 프레스턴 윌슨의 빗맞아 내야수와 중견수 사이에 뜬 공을 중견수 코리 설리번은 달려나와 잡을 수 있었으나 2루수 애런 마일스가 끼어드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이것이 빌미가 돼 2실점. 여기서 아웃이 됐으면 무실점으로 끝날 이닝이었다.
다음 진기명기는 김병현의 차례. 2회 무사 1루에서 8번 크리스티안 구스만의 보내기 번트 타구가 얕게 투수앞에 뜨자 김병현은 재치있게 원바운드로 처리해 타자주자를 1루에서 잡고 1루주자 브라이언 슈나이더마저 아웃시켜 더블플레이를 연출했다.
김병현은 4회 1사 1, 2루에서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다. 상대 투수 조이 아이센의 번트 타구를 더듬으며 실책을 범한 데 이어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브래드 윌커슨 타석 때 폭투와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범했다. 첫 번째 폭투는 윌커슨의 등 뒤로 날아갔지만 백스톱에 있는 광고판을 맞고 곧바로 튀어나왔고 포수 대니 아도인이 재빨리 3루로 송구, 홈을 노리고 리드했던 3루주자 슈나이더를 태그아웃시켰다.
김병현은 다음 투구 때는 포수 아도인이 패스트볼을 범해 주자들을 한루씩 진루케 했지만 윌커슨을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1사만루 위기에서 폭투 2개를 잇달아 범하고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진기를 연출했다. 홈플레이트와 백스톱간의 거리가 짧은데다 광고판까지 도와줘 전화위복이 됐다.
3회말이 시작되기 전에는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김병현의 목걸이가 방해된다며 심판진에 어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 4회에는 마운드 주변의 흙이 깊게 파여 긴급 보수하는 일도 있었다.
콜로라도의 진기명기는 5회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1회 아깝게 윌슨의 공을 놓친 중견수 코리 설리번이 호세 비드로의 얕은 플라이 타구를 전력질주 해 달려나온 뒤 다이빙으로 캐치해 1회 수비를 만회했다. 그러나 설리번은 7회 1사 만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잡아 3루에 악송구, 동점을 내주는 실책을 범해 호수비가 또 다시 빛이 바랬다.
상대편 워싱턴 내셔널스도 콜로라도 못지 않게 희한한 장면들을 잇달아 연출했다. 먼저 선발 투수의 조기강판. 이날 선발로 나선 우완 토니 아르마스 주니어는 2회 김병현으로부터 짧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가 들어온 뒤 3회초 김병현을 상대로 볼 2개만을 던진 후 갑자기 아픈 얼굴을 보이며 자진강판했다.
워싱턴의 진기명기 압권은 6회초에 속출했다. 콜로라도 선두타자 토드 헬튼이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다음 타자 에릭 번스는 3루 땅볼을 때렸으나 3루수 비니 카스티야는 제대로 수비를 펼칠 수가 없었다. 번스의 방망이가 두 동강나면서 한 쪽이 카스티야를 향해 날아가는 바람에 카스티야는 방망이부터 피한 뒤 타구를 잡았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워싱턴은 무사 1, 3루의 위기에 몰리자 다음 타자 개럿 앳킨스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크리스티안 구스만이 더듬는 실책을 범해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5회에는 포수 슈나이더가 패스트볼로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마무리는 워싱턴 3루수 비니 카스티야 몫이었다. 여전히 4-4 동점이던 9회초 2사 2루서 애런 마일스의 타구 때 카스티야가 알을 까는 바람에 2루 주자 에디 가라비토가 홈까지 밟아 콜로라도가 결승점을 뽑고 5-4로 승리했다.
결국 김병현의 6이닝 2실점 호투가 구원투수 마이크 데이잔의 '불쇼'와 설리번의 송구 실책으로 승리가 날아가버리고 승부는 실책으로 결판나는 등 이날은 양 팀 모두 이상한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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