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 정민철(33)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로 두산 선발 박명환(28)의 슬라이더(최고 142km)보다도 느렸다. 그런데도 이날 마운드를 더 오래 지키고 승리까지 차지한 건 정민철이었다. 정민철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을 6피안타 3실점 무사사구로 막아내고 시즌 8승(2패)째를 따냈다. 직구 구속은 130km대 중반을 오갔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완급 조절 능력과 수싸움에서 한 수 위였다. 삼진도 5개나 잡아냈다. 7회 임재철과 승부하면서 최저 스피드인 102km짜리 슬로커브를 던진 걸 비롯 110~120km 사이에서 움직인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작년과는 다른 원숙한 투구 패턴이었다. 이에 비해 두산 박명환은 1990년대 중반 무렵의 정민철을 연상시켰다. 140km대 후반을 찍는 직구와 140km 안팎이 나오는 슬라이더가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제구력이 흔들리자 그 위압적 구질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2회 브리또에게 맞은 선제 홈런은 전광판에 146km가 찍혔지만 바깥쪽 높게 형성됐고, 5회 2사 만루 상황에서도 폭투와 밀어내기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경기마저 패하면 한화에 2게임차로 쫓기게 되는 두산은 2-4로 뒤지던 7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부상중인 김동주를 대타로 내세우는 등 총력전을 폈지만 1점을 따라가는 데 그쳤다. 김동주는 한화 윤규진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어 등장한 1번 전상렬이 적시 1타점 2루타를 쳐 2,3루 역전 찬스를 만들었으나 후속 황윤성의 내야 플라이를 한화 2루수 백재호가 다이빙 캐치해내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8회 원아웃 이후부터 마무리 지연규를 투입해 1점차 승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지연규는 18세이브째를 따냈다. 6이닝 4실점한 박명환은 시즌 2패(10승)째를 기록하면서 한화전 4연승 행진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잠실=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