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용장(또는 맹장) 덕장(또는 지장)의 2분법으로 나눌 때 올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프랭크 로빈슨 감독(70)은 확연히 전자 쪽이다. 메이저리그 사상 첫 흑인 감독, 메이저리그 유일의 아메리칸-내셔널 양대리그 MVP라는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 'do or die(무조건 하라)' 식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몬트리올 시절 김선우에게 "저게 메이저리그 투수냐"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로빈슨 감독은 올 시즌 조기 강판에 불만을 나타낸 오카 도모카즈를 가차없이 트레이드하는가 하면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아온 자크 데이도 투구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콜로라도로 보내버렸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래리 보와 전 필라델피아 감독이나 바비 밸런타인 전 뉴욕 메츠 감독만큼 직설적이진 않지만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불만을 얼굴에 드러낼 만큼 '열혈남아'가 로빈슨 감독이다. 용장 또는 맹장은 침체된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나태해진 선수들을 채찍질해 일으킬 수 있지만 팀이 내리막으로 돌아설 경우 선수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로빈슨 감독의 워싱턴 내셔널스도 그런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워싱턴 돌풍의 주역 중의 주역이랄 수 있는 에이스 리반 에르난데스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 등판을 마친 뒤 "무릎 수술을 받고 올 시즌을 끝내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완투를 밥 먹듯 하는 에르난데스는 이날 안타 8개에 몸에 맞는 공을 4개나 내주며 고전한 끝에 '고작' 7회밖에 던지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AP통신과 는 에르난데스가 경기 후 "올 시즌 더이상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99퍼센트다" "(몬트리올 시절 포함) 이 팀에서 보낸 3년간 행복하지 않았다. 시즌이 끝나면 이유를 말해주겠다" 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김선우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에르난데스가 왜 폭발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이스든 누구든 마음에 들지 않는 경기를 하면 대놓고 비판하고 공격하는 게 로빈슨 감독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임창용(삼성)처럼 던지라면 군말없이 던지는 스타일인 에르난데스는 에르난데스대로 '아픈 무릎을 참고 던져왔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분노를 터뜨릴 법하다. 워싱턴은 지금 확실히 내리막이다. 내셔널리그 최약체인 콜로라도와 벌인 홈 3연전에서 1승 2패에 그치는 등 21일까지 후반기 2승 5패,최근 12경기에서 3승 9패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리그 최하위 수준인 득점력과 흔들리는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프레스턴 윌슨을 영입하고 마이크 스탠튼을 데려왔지만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현재 2위 애틀랜타와 승차는 불과 0.5게임. '용장'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