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4표.
앨버트 푸홀스(25.세인트루이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4년간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받은 1위표 수다. 은퇴할 때까지 단 한 표도 받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푸홀스에겐 너무도 불공평한 결과다.
186(홈런)-582(타점)-.334(타율). 2001년 데뷔 후 올해(22일 현재)까지 그가 올린 기록이다. 지난해 데뷔 4년째에 500타점을 넘어선 데 이어 빅리그 5년째인 올 시즌 200홈런을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상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데뷔 직후 5시즌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100득점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연 푸홀스가 MVP 도전을 '5수'로 마칠 수 있을까. 푸홀스의 '비인간적인' 능력을 시기하고 그의 실제 나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올해는 드디어'라며 조심스레 그의 수상을 점치고 있다. 푸홀스는 여전히 괴력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반면 지난 4년 내내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의 그늘은 완전히 사라졌다.
2001년.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푸홀스는 37홈런 130타점으로 내셔널리그 신인 최다 홈런,최다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MVP 투표에선 단 한 개의 1위표도 얻지 못했다. 73개로 마크 맥과이어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본즈에게 투표인단 32명 중 30명이 몰표를 던졌다. 나머지 2표도 64홈런을 날린 새미 소사(당시 시카고 컵스)에게 돌아갔다. 푸홀스는 애리조나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루이스 곤살레스에 이어 4위에 그쳤다.
2002년. 34홈런 127타점으로 루키 시절과 거의 같은 활약으로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해냈지만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새 영웅에게 단 한 표를 선사하지 않았다. 출루율(.582)과 볼넷(198개) 고의볼넷(68개) 모두 메이저리그 기록을 갈아치운 본즈가 32개의 1위표를 휩쓸었다. 푸홀스 2위.
2003년. 30경기 연속 안타를 달리며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 1위(.359)에 40홈런 고지까지 넘긴(43홈런 124타점) 푸홀스를 더 이상 아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본즈에게 사상 첫 3년 연속 MVP를 안겨 줬지만 투표인단 중 3명은 푸홀스에게 1위표를 던져 '경의'를 표했다. 마이크 피아자(96~9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2위.
그리고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상 첫 데뷔 이래 4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지만 1위 득표수는 단 1개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통산 700홈런을 돌파한 본즈는 물론 깜짝 홈런왕(48개) 애드리안 벨트레(5표.당시 LA 다저스)에게마저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스캇 롤렌,짐 에드먼즈 등 세인트루이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끈 같은 팀 클린업트리오가 표를 나눠가진 것도 푸홀스에겐 감점 요인이었다.
올해도 '훼방꾼'이 없진 않다. 지난해 벨트레처럼 깜짝 부상한 데릭 리(시카고 컵스)가 타격 홈런 타점 선두를 질주하며 37년만의 트리플 크라운(타격 3관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기만 해도 리의 질주를 한 발 뒤에서 지켜보던 푸홀스도 후반기 들어 맹렬하게 달리고 있다. 푸홀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8경기에서 홈런 4방을 날리는 무서운 기세로 8타점을 추가, 78타점으로 리와 공동선두를 이루고 있다. 홈런도 26개로 리(31개)를 추격 가능한 거리에 두고 있다.
홈런 또는 타점에서 트리플 크라운의 한 축을 허문다면 대세는 푸홀스로 기울 것이다. 반면 리가 타격 3관왕을 이룬다면 치열한 표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팀 성적이다. 세인트루이스를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로 이끌고 있는 푸홀스가 와일드카드가 불투명한 컵스의 중심타자 리보다 현재로선 유리한 상황이다.
투표권을 쥔 BBWAA 회원들이 최근 수 년간 당해 연도에 도드라진 기록에 매혹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게 푸홀스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리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투표인단은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시작될 투표에서 한 시즌을 빛낸 기록과 수 년간 쌓아온 대기록 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90년대 이후 MVP 투표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해는 지난 96년으로 후안 곤살레스(당시 텍사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당시 시애틀)를 1위표 단 1개 차, 종합 득점 3점 차로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2001년엔 이치로(시애틀)가 제이슨 지암비(오클랜드)를 7점 차로 누르고 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