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후반기에 임하게 됐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 하겠다”. 지바 롯데 마린스 이승엽(29)이 26일 가나자와에서 열리는 세이부 라이온즈전 출장으로 46경기 남은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일본 진출 첫 해인 지난해와 달리 이승엽은 올 시즌 전반기 달라진 모습으로 고국 팬들을 기쁘게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이 22개로 지난 해 한 시즌 숫자(14개)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은 물론 퍼시픽리그 5위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 23일 올스타 2차전에서는 일본야구의 메카 고시엔 구장에서 135m짜리 대형 홈런으로 구장을 찾은 4만5000여 관중뿐 아니라 일본 열도 전역의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5일 이승엽은 지바에서 가나자와로 이동했다. 이동 직전 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이승엽은 가벼운 마음을 반영하듯 활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전반기를 돌아보고 후반기 선전을 다짐했다. -지난해와는 달라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스스로는 어떻게 전반기를 평가하나. ▲타율(.266)을 빼놓고는 대체로 만족한다. 무엇보다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대처능력이 지난해 보다 좋아진 것 같다. 삼진도 많이 줄지 않았나(이승엽은 전반기에 49개의 삼진을 당했다. 지난 해는 88개. 타석수를 놓고 보자면 지난해는 4.34타석 당 삼진 한 개, 올 전반기는 5.67타석 당 삼진 한 개를 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덧붙여 이승엽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른바 ‘맥없이 당하는’ 삼진이 줄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컴팩트 스윙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던데. 무슨 이야기인가. ▲(웃으며) 글쎄 나도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70~80% 정도의 힘으로 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힘만 잔뜩 주고 있기보다는 상대방의 구질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고 할까. 물론 아직도 한국에서와 같지는 않다(투수도 달라졌다고 대꾸하자 곧바로 “맞다”며 웃었다). -지난해보다 개인연습량이 많이 늘지 않았나. ▲시즌이 시작되고도 한 시간씩 훈련을 계속했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지는 바람에 체력을 생각해서 절반 쯤으로 줄였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 뿐 아니라 김성근 감독님을 만났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졌다면 80%는 김 감독님 덕분이다. 늘 곁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고 대안을 제시하신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사실 이승엽은 김성근 감독이 마린스에 합류한 직후 아주 빠른 속도로 ‘김성근 야구’에 몰입했다. 김 감독이 삼성 2군 감독을 맡았던 시절 같은 팀에 속해 있기는 했지만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놀랍다는 표현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올해 또 하나 달라진 것이 바로 외야 수비를 맡았다는 점이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외야 수비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 졌을 때 한국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그만큼 뛸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 것 아닌가.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좌익수로 뛰었고 덕분에 홈런도 칠 수 있었다(이 점은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이종범과 대비가 된다. 이종범도 원하지 않는 외야수로 뛰어야 했으나 수비부담이 타격에서도 좋지 않은 쪽으로 연결 됐다). -후반기 목표가 있다면. ▲홈런 목표를 30개서 45개로 늘렸다는 등 이야기가 있던데 잘 알다시피 뛰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 할 뿐이다. 다만 작년이나 시즌 초반에 비해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 만은 사실이다(이 대답을 하면서 이승엽은 ‘별 걸 다 물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남아 있고 일본야구를 완벽하게 이기기 위해서 해결해야 될 숙제도 있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졌다).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마린스와 재계약설이 나왔다. ▲올해로 2년간의 계약이 끝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벌써부터 앞으로 진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금은 후반기에 집중할 때지 올 시즌이 끝나고 뭘 할지 걱정할 때가 아니다. 우선 후반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겠다(이승엽은 최근 몇 년 동안 ‘진로문제’로 시끄러울 때가 많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 이런 저런 소리들이 많이 나왔고 지난 해 시즌이 끝났을 때는 한국복귀설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만큼은 구설에 시달리기 싫은 듯 시기상조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올스타 2차전이 열린 23일 집이 있는 지바현에 진도 5가 넘는 지진이 있었는데 부인(이송정 씨)이 놀라지 않았는지. ▲아주 놀란 모양이다. 아파트가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일본에 와서 처음 겪은 제대로(?) 된 지진이었던 것 같다. 아내가 만삭이어서 걱정이 됐는데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다(이승엽이 사는 곳은 도쿄 시내와 홈구장이 있는 지바의 중간 쯤인 신우라야스다. 일본이 내진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기술을 자랑하지만 이날 신우라야스 전철 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도쿄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들이 자동으로 멈출 정도로 지진 강도가 셌다). 이송정 씨, '일본에서 아기 낳을 거예요" “끝까지 남아서 뒷바라지 해야죠.” 이승엽의 부인 이송정 씨는 첫 아이 출산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일본에 남아 내조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 씨는 이제 출산을 열흘 남짓 앞두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편하다(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적에 있어 속인주의를 택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아들을 낳아도 일본 국적이 주어져 한국에서 군복무가 면제되는 따위의 입에 담기도 낯뜨거운 일은 절대 없다). 첫 아이인데다 모처럼 친정에 머물며 친정식구들의 맘 편한 보살핌 아래 산후조리에 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송정 씨가 일본 잔류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한국에 돌아가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기 힘들다. 남편은 집안 일에는 별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없으면 아마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남편 뒷바라지는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대신 친정 어머니가 산후조리를 도우러 일본으로 오기로 했다. 이 씨는 최근 다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2003년 “오빠 밀어쳐”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이 씨가 이번에는 올스타전 예고홈런으로 야구선수 아내가 다 됐음을 실감케 했다. 지진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무서웠다”며 연약한 여인의 속내를 드러내긴 했지만.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