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9일(이하 한국시간) 지구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 4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펼치며 패전이 됐을 때와는 차원이 완전히 틀리다. 당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인 에인절스와 시즌 막판 우승을 놓고 2게임차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텍사스는 그 경기에서 2-8로 패하면서 레이스에서 떨어져나갔다.
그 후 텍사스 지역 언론은 선발 투수로 제몫을 못한 박찬호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마치 텍사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원인이 전적으로 박찬호에게 있다는 듯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또 박찬호가 당시 경기서 몸에 맞는 볼을 내준 것을 부진한 투구로 인한 빈볼로 규정하며 동료들을 보복의 위험에 빠트렸다고 매도했을 정도였다. 그 때도 이전 2경기서 에인절스에 패해 3연패째를 당했지만 비난은 박찬호에게만 집중됐다.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25일 박찬호는 텍사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에서 역시 지구 라이벌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3⅓이닝 6실점으로 패전이 됐다.
48승 49패가 된 텍사스는 5월 이후 처음으로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져 플레이오프 진출 전선에서 멀어졌다. 또 이날 패배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오클랜드와의 홈 4연전을 모두 내주는 수모도 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찬호에게 비난을 퍼붓는 지역 신문은 없었다. 상황은 10개월 전과 흡사했지만 박찬호가 그 전에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날 한 경기 부진으로 무작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의 책임’을 떠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들은 텍사스 구단이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멀어져 실망하고 있다면서 박찬호도 다른 선발투수들처럼 초반에 무너졌다고 비교적 덤덤하게 평했다. 이번에는 박찬호를 비롯해 크리스 영,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등 다른 선발 투수들도 모두 제 몫을 다하지 못해 박찬호만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박찬호는 허리 부상으로 오랫동안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가 후반기 막판에 복귀해 9월 29일까지 3승 7패로 팀성적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채 꾸준하다. 현재 8승 5패로 올해 수준급 선발 성적이고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빅리그 최강팀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호투를 펼치는 등 작년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아직 ‘플레이오프 꿈’을 완전히 접지 않은 채 막판 기적을 바라고 있는 텍사스 구단을 위해 박찬호가 3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서 호투하며 불씨를 살려낸다면 지금보다도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전망이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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