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투수는 절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못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메이저리그에 왔습니다. 선발에 도전하는 것도 마무리는 되도 선발은 안될 거라는 사람들에게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에요".
김병현(26.콜로라도)을 움직이는 힘은 첫째도 둘째도 도전 정신이다. "돈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성공한 뒤에 기회가 되면 일본 프로야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김병현은 애리조나 시절 투구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뱅크원볼파크에서 혼자 밤을 새운 적이 있었을 만큼 지독한 집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잘 나가던 마무리 보직을 버리고 스스로 선발 투수의 험난한 길로 나선 김병현을 괜한 고생 사서 한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잇단 시련이 안쓰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특급 소방수로 지난 2001년 애리조나의 플레이오프 진출의 일등공신이 되고도 월드시리즈 4,5차전에서 잇달아 홈런을 맞는 바람에 팀의 우승에도 김병현은 크게 웃지조차 못했다. 보스턴으로 옮겨 선발 투수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지만 발목과 팔꿈치 부상에다 팀 동료들과 융화에도 실패하며 2년을 허송했다.
다시 내셔널리그로 돌아온 올 시즌 김병현은 힘겹게 선발 기회를 잡은 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토드 헬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인들로 이뤄진 콜로라도 타선은 좀처럼 득점 지원을 못해주고 애써 잘 던진 경기에선 불펜이 승리를 날리기 일쑤였다.
29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전이야 5실점한 경기라 할 말이 없지만 11차례 선발등판에서 2승 8패는 김병현이 들인 노력, 김병현이 흘린 땀의 대가로는 너무 초라하다.
다행인 건 지는 경기든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든 컨트롤이 갈수록 살아나면서 빠른 공과 변화구 모두 낮게 제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발 투수로 성공하기 전에는 누가 뭐래도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김병현이라 안타깝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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