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의 29~31일 잠실 3연전이 주목받고 있다. 막강 전력으로 줄곧 선두를 달려온 삼성과 예상 밖의 선전으로 삼성의 뒤를 쫓아온 2위 두산의 맞대결은 올 시즌 언제든 화제의 중심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색다르다. 모 그룹이 요즘 세간을 뒤흔들고 있는 'X파일'과 '형제의 난'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졸지에 동병상련이 된 두 팀은 겉으론 정중동이다. "야구단이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되지 그룹의 일에 일희일비할 일 있냐"는 태도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삼성 구단은 지난주 X파일 공개를 비판하고 삼성의 입장을 옹호하는 지역 신문 기사를 대구구장 덕아웃 벽에 붙였다. 그만큼 삼성 그룹 전체가 X파일 사건에 흔들리고 있고 야구단도 예외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전 구단주였던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경영권을 놓고 그룹과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두산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김경문 감독은 "24살이 된 프로야구가 야구 외적인 것에 흔들릴 시기는 지나지 않았냐"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박 총재를 편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그룹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없어 그저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때 각 팀의 알짜배기 선수들을 싹쓸이하다시피하며 승승장구하던 팀이 그룹의 사세가 기울자 순식간에 하위팀으로 전락하고 FA 시장에 나온 대어들이 '기업 순위'를 따라 무리지어 이동하는 현상은 아무리 프로스포츠가 자본주의의 산물이라 해도 좋게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의 모그룹이 모두 정경유착 시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있는 모습 역시 자체 수익이 거의 없이 그룹의 지원에만 명줄을 걸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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