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라미레스(보스턴)도 알폰소 소리아노(텍사스)도 트레이드되지 않았다. A.J. 버넷도 여전히 플로리다 말린스 선수다. '태풍'은 소문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가 이렇다할 대형 트레이드 한 건 없이 1일 오전 5시(한국시간)로 웨이버 공시가 필요없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넘겼다. 마감일인 이날 애틀랜타가 디트로이트에서 불펜 요원 카일 판스워스를, 샌프란시스코가 시애틀로부터 랜디 윈을, 플로리다가 시애틀에서 좌완 론 빌론을 영입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샌디에이고에서 유틸리티맨 제프 블럼을 데려오는 등 각팀이 부지런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러나 라미레스나 소리아노 같은 대어급 선수들은 한 명도 움직이지 않았다. 박찬호와 필 네빈의 맞교환이 올해 가장 큰 거래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잠잠했다. 마감 당일에 사이영상이나 골드글러브급 선수들을 주고받는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가 터져나왔던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트레이드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양대 리그 각 지구의 판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리그는 지난달 31일 현재 오클랜드를 필두로 양키스 미네소타 클리블랜드 텍사스 토론토 등 6개팀이 5게임차 이내로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셔널리그 역시 와일드카드 선두 휴스턴을 5게임차 안팎으로 추격중인 팀이 워싱턴과 플로리다 필라델피아 컵스 메츠 밀워키 애리조나 등 7팀이나 된다. 샌디에이고가 승률 4할대 1위팀으로 전락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콜로라도를 뺀 모든 팀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형 선수가 시장에 나오려면 플레이오프행 희망을 포기하는 팀이 나와야하는데 어떤 팀도 쉽사리 희망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소리아노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텍사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올 시즌은 힘들다고 소리아노를 내보낸다면 팀이 막판 상승세를 타다 아쉽게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팎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그 후유증은 오래 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의 유례 없는 호황도 역설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의 침체에 한 몫 했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선수)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원매자(seller)'가 나타나지 않았다. 트레이드 시장은 해마다 플레이오프행 가능성이 사라진 몇몇 '스몰 마켓' 팀들이 고액 연봉 선수를 털어내면서 활기를 띄어왔지만 올해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7300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다 관중을 기록했던 메이저리그는 올해도 흥행 바람을 이어가며 거의 모든 팀들이 쏟아지는 관중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스몰 마켓 팀들도 간판급 선수들을 털어내 몸집을 줄이기 보다는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구장을 꽉 채우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흥행 실패 사례로 꼽혀온 디트로이트조차 평균 관중 2만5000명을 돌파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게 올 시즌 메이저리그다.
'머니볼' 군단 오클랜드 등의 성공 사례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에 대한 각 팀의 인식을 바꾼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라미레스와 소리아노에게 모두 입질을 하는 등 올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팀은 뉴욕 메츠다. 텍사스 보스턴 탬파베이 등 메츠와 트레이드 카드를 조율했던 팀들은 메츠의 외야수 최고 유망주 라스팅스 밀리지 등 최고 수준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요구했다.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해나가는 최근 추세가 어떤 팀도 선뜻 유망주를 내놓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마이크 스위니(캔자스시티) 어브리 허프(탬파베이)가 주목받았을 만큼 시장에 나온 상품 자체가 별 볼 품이 없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소폭의 이동에 그치게 했다. 모두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남은 시즌 메이저리그가 더욱 주목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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