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김인식 감독(58)이 있다면 일본에는 오기 아키라(70) 감독이 있다.
사령탑 세대교체 붐이 일고 있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조류를 뚫고 올 시즌 현장에 복귀한 두 사령탑이 나란히 관록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덕장'의 이미지가 강한 두 감독은 선수 재활용에 탁월한 안목을 보유한 점이나 스타 제조기란 점에서도 닮은 꼴이다.
김인식 감독은 '야구계의 허준'이란 수식어를 들으며 한화를 4위에 올려놓고 있다. 선발 요원감인 송창식 김창훈에 마무리 권준헌까지 빠져 있고 에이스 송진우도 썩 좋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외다. 정민철 지연규를 부활시킨 김 감독은 이제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원만 주고 데려온 조성민에게도 기회를 줘 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일본 요미우리에서 복귀한 후 이전의 스피드가 실종된 정민철은 작년 '무승 투수'에서 올해 일약 8승(3패) 투수로 변모했다. 직구 스피드는 130km대 중반에 그치지만 시속 100km도 안 나오는 슬로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뺐는 피칭이 주효한 것이다. 김 감독이 정민철을 개조시켰다면 오기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뒤 퇴물 취급을 받던 요시이 마사토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40세의 요시이는 올해 최저 연봉인 440만엔(약 4400만원)에 오릭스와 재계약했다. 옵션을 모두 합쳐 봐야 2000만엔으로 지난 2000년 콜로라도 시절 받았던 300만 달러에 비하면 1/80 수준이다. 그러나 작년 1승도 못 올려서 방출됐던 팀에 다시 돌아온 요시이는 올해 5승 무패에 방어율 2.07의 수준급 투수로 탈바꿈했다.
요시이의 활약에 힙입어 오릭스도 5년만에 퍼시픽리그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포스트시즌에서 롯데 소프트뱅크와 리그 우승을 놓고 겨룰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벌써부터 오릭스는 오기 감독과의 계약 연장에 몸이 달아있는 상태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 감독 시절 심정수 정수근 진필중 등 거물 FA들을 길러냈듯 오기 감독도 긴테쓰와 오릭스 감독을 거치면서 노모 히데오, 스즈키 이치로, 다구치 소, 하세가와 시게토시 등 빅리거를 배출했다. 뉴욕 메츠 구대성도 오릭스에 갓 입단한 2001년 오기 감독 밑에서 활동했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